[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땅을 다시 밟았다. 메이저리거가 된 뒤 처음이다. 의미 있는 출국(한국)이자 입국(미국)이다.
할 일도 많다. 가깝게는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나 멀게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시즌을 치러야 한다. 오래달리기의 출발선에 서있다. 설레지만 긴장되고 부담이 따르기도 한다. 진짜 메이저리거로 한 걸음씩 내딛는다.
준비는 철저하게 했다. 그리고 속도도 늦지 않다. 꽤 빠른 편이다. 박병호는 지난달 미네소타와 기본 4년 계약한 뒤 쉬지 않았다. 훈련에 매진하며 몸을 만들어 70%까지 만들었다.
컨디션을 어느 정도까지는 끌어올린 상황. 박병호는 오는 16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에서 넥센 선수단과 함께 일주일가량 훈련한다. 이 기간에는 몸을 만들기도 하나 기술 훈련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훈련 일정을 그대로 따르고 소화하지 않는다. 때에 따라 박병호만의 페이스를 조절한다. 과하지 않게 한다는 것. 너무 빠른 것도 좋지 않은 데다 그게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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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첫 시즌 준비 계획표를 짰다. 중요한 건 스피드. 절대 빠르지 않으면서 절대 느리지도 않다. 천천히, 그리고 차근차근 준비한다. 사진=정일구 기자 |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준비하라는 강정호의 조언도 새겨들었다. 한국보다 늦게 시작하는 미국의 스프링캠프 일정이다. 천천히 하되 완벽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컨디션을 빨리 올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 시계는 스프링캠프에 맞출 게 아니라 시즌 개막에 맞춰야 한다.
강렬한 눈도장은 분명 나쁠 게 없다. 그렇지만 초점을 거기에 맞추지 않는다. 폴 몰리터 감독이 배려하고 있는 가운데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그게 현재 박병호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충분히 적응할 시간이 주어지겠으나 마냥 끝까지 기다려 줄 수는 없다. 그 시간 내 녹아들어야 한다. 박병호가 12일 출국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꺼낸 단어가 ‘적응’이었다.
시행착오는 분명 있을 것이다. 스스로 힘겨운 시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 가운데 적응해 가는 방법도 박병호스럽다. 당장의 변화는 없다. 하던 대로 하며 몸으로 부딪히고 느끼는 것이다. 그는 그 동안 사용했던 배트의 무게도 바꾸지 않을
미네소타의 스프링캠프 야수조 소집은 2월 말이다. 그때까지 넉넉한 준비기간이다. 박병호의 시계는 너무 빠르지 않으면서 너무 느리지도 않다. 제 페이스 속에 남들처럼 똑같이 1초씩 시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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