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은 이별과 끝을 말했다. 해가 지고 어스름해지는 그때. 그 순간의 빛과 같은 황혼의 시기. 선수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고백이었다. 그리고 이승엽은 또 변화를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11일 경산 삼성라이온즈볼파크에서 김동환 신임 대표이사의 취임식 및 시무식을 가졌다. 원정도박 파문으로 팀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이승엽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 김인 전 삼성 사장은 퇴임사에서 선수들에게 “전설의 아바타가 되어라”는 일성을 했다.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지만 모든 이들이 그 ‘전설’이 바로 이승엽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이승엽도 이젠 작별을 떠올리고 있다. 그 어떤 작별보다 뜨거운 안녕이다.
시무식 이후 취재진을 만난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이후 시간들에 대해 “푹 쉬고, 틈틈이 운동도 했다. 올해는 진짜 불혹의 나이에 왔으니까 무리보다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운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 |
↑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승엽이 또 다른 변화를 꿈꾸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한국나이로 40세였던 지난 시즌 이승엽은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데뷔 이후 최고인 3할3푼2리의 타율을 올렸다. 또 26홈런 90타점을 기록하며 중심타선에서 힘을 보탰다. 부상으로 막바지 시즌을 결장하지 않았다면 다시 30홈런 100타점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고개를 저었다. “지난해 최고 타율을 올렸지만 부상을 당한 부분도 있었고 결정적인 부분에서 약했다는 생각도 했다”는 것이 이승엽의 생각. “2013시즌 끝나고 방망이를 눕혔다가 지난해는 약간 세웠던 부분이 있는데 이번 캠프를 앞두고는 어떻게 할지, 어떤 것이 가장 좋은 대응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많은 외인 투수들이 합류하고 국내 투수들의 기량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통해 내린 또 한 번의 변화와 새로운 시도다.
그러면서 이승엽은 “어차피 야구는 실패의 경기인데, 그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다”면서 “캠프와 시범경기까지 두 달의 시간이 있다. 정규시즌 전까지는 완벽한 폼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철저한 준비와 계산을 해야 할 것 같다. 또 그동안 그런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후 이제 프로 22년차. 일본에서 보낸 8년을 제외하면 꼬박 몸담았던 삼성과 2년의 FA 계약을 맺었다. 이제 앞으로 2년을 그 어떤 시간보다 충실하게 보낼 계획이었다.
특히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라는 신축구장에서 역사적인 첫 시즌을 맞는다. 이승엽은 “길을 다닐 때 굳이 신축야구장 쪽을 지나서 본 적이 몇 번 있다. 그만큼 기대도 된다. 프로에서 뛴 20년 중에서 일본에서 있던 8년 정도를 제외하면 13년 정도 시민구장에서 뛰었다”면서 “그동안 새 구장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었는데 그만큼 영광스럽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잘 뛰고 잘 놀고 팬들에게는 제가 갖고 있는 퍼포먼스를 잘 보여드려서 재밌는 야구, 모든 분들이 만족할만한 야구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인 전 사장이 말한 ‘전설’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이승엽은 단호한 목소리로 “전설은 아직 아니다. 야구를 그만둔 이후 훗날에 그런 말을 들으면 물론 기분이 좋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설이 되려면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보여드려야 한다. 이제 그만 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다들 아실 텐데 그만 둘 때 까지 야구선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남겼는지가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말 길지 않은 시간이다. 야구인생의 모든 것을 불태워보고 떠나려고 한다”며 담담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 |
↑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악착같은 도전자의 모습을 주문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매 경기 매 타석이 절실하다. 지금 해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할 것이다. 벌써 팀이 많이 약해지지 않았냐고 지인들이 이야기를 해온다. 그런데 야구는 의외성이 있는 종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 야구공은 둥글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이 안되면 저것이 되게 하면 된다.”
“프로는 4강을 목표로 하는 팀은 없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프로세계에서는 1등만 인정받는다. 프로는 1등밖에 없다. 최고가 되지 않고는 할말이 없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모든 것을 이뤄놓고 말을 해야 한다.”
“지난해보다는 안 좋은 상황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
[one@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