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자리는 하나지만 경쟁자는 넘친다. 2016년에도 각 팀의 에이스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 KBO 대표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속팀의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 것이 먼저다.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은 KBO리그 주전경쟁. 오늘에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다. 10개 구단의 각 팀별 불꽃 튀는 포지션별 경쟁구도를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구상 완료…그래도 바뀐다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새 시즌 구상을 마쳤다. 한현희의 시즌 아웃이라는 변수가 생기며 투수진의 교통정리를 새로 해야 했다. 그리고 새해 들어 조상우 선발-김세현 마무리로 정리했다.
5선발을 놓고 하영민, 금민철, 김상수, 박주현이 경쟁하는 구도만 남은 셈이다. 염 감독은 꼭 1명으로 확정할 생각은 없다. 로테이션으로 4명을 ‘스윙맨’으로 고르게 쓰는 것도 염두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야수진은 조용하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유한준(kt 위즈)이 이적했으나 대체 방안을 마련했다. 스피드 야구로 탈바꿈하는 넥센은 기본 틀도 정했다. 이택근을 좌익수로 이동시키면서 프로 통산 40경기만 뛴 임병욱을 주전 중견수로 키울 계획이다. 주력과 함께 잠재력을 높이 샀다. 윤석민은 박병호가 떠난 1루 수비를 책임지며, 외국인타자 대니 돈이 우익수를 맡는다. 지난해 최고의 발견 중 한 명이었던 고종욱은 지명타자로 뛰는 그림이다.
↑ 고종욱은 올해 넥센 히어로즈의 톱타자를 맡을 예정이다. 지명타자 혹은 외야수로 뛸 텐데, 그의 위치에 따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그 변화의 축은 돈과 고종욱이다. 염 감독은 돈과 고종욱의 기본 포지션을 정했다. 하지만 우익수, 지명타자로 국한시키지 않는다. 고종욱은 지난해 좌익수를 맡기도 했다. 발도 빠른 편이다(22도루). 돈은 우익수 외 1루수 수비도 가능하다. 염 감독도 스프링캠프에서 돈을 1루수로 세워 점검할 계획이다.
돈보다는 고종욱이 열쇠를 쥐고 있다. 돈이 우익수보다 1루수를 더 많이 맡을 가능성은 낮다. 염 감독은 1루수 돈의 출전 수를 최대 20경기로 고려하고 있다. 윤석민에 대한 신뢰가 크다. 그러나 주전 지명타자를 두지 않는 염 감독의 운영 방식이다. 염 감독은 “50~80경기는 로테이션을 하려 한다”라며 지명타자의 얼굴이 자주 바뀔 것을 암시했다.
고종욱이 주전에서 밀리는 게 아니다. 붙박이다. 염 감독의 새 시즌 구상에 고종욱은 ‘1번타자’다. 그러나 외야 수비도 책임진다. 꽤 많이. 고종욱이 외야수로 기용되면 자연스레 넥센의 수비 포지션도 연쇄 이동으로 이어진다. 체력 안배를 고려한 이택근의 지명타자 기용도 한 방안이나, 백업을 할 유재신, 장영석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 김지수, 강지광, 서동욱, 김재현, 박윤 등도 기회를 엿볼 것이다.
돈의 적응 여부도 하나의 포인트. 지난 2년간 넥센의 외국인타자였던 비니 로티노는 79경기(2014년)를, 브랜든 스나이더도 113경기(2015년)를 뛰었다. 소화율이 61.7%(로티노)와 78.5%(스나이더)로 80%가 넘지 않는다. 부상 혹은 부진 탓. 스나이더는 지난해 개막 한 달 만에 1군 엔트리서 말소되기까지 했다. 돈은 아시아야구
넥센은 다른 구단만큼 변화가 크지 않을 터. 그러나 또 다른 신예의 깜짝 등장은 물론 고종욱의 위치, 그리고 돈의 적응에 따라 그 폭이 커질 수도 있다. 올해 넥센에서 기회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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