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한 바퀴를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누구는 잘 달리기도 했으나 누구는 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오래 달리기에 결승선은 없다.
현재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페이스 조절은 저마다 다르다. 누구는 초반부터 치고 나갈 테고, 누구는 막판 스퍼트를 노릴 테다.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오래 달리기에 ‘정답’은 없다. 저마다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다들 한 바퀴를 얼마나 잘 달렸을까. 그리고 더 잘 달리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의 솔직한 자평을, 그리고 스케치 중인 밑그림을.<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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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훈 kt 위즈 단장은 2015시즌 성적과 흥행 면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이제는 "신생팀의 첫 해"라는, 어찌 보면 강력한 보호막이 됐던 이 단어를 떼고 2016시즌을 치러야 한다. 김진훈 단장은 kt의 전력이 5~6위 정도가 된다고 판단하고 5강 도전을 목표로 잡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2015년 : 성적과 흥행, 기틀을 마련한 첫 해
kt 위즈는 지난해 1군에 첫 선을 보였다. ‘마법을 현실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힘차게 1군에 뛰어들었지만 4,5월 두 달은 악몽 같은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트레이드, 외인 구성 변화 등 여러 시도를 거치면서 전력이 탄탄해졌고 시즌 중반부터는 ‘막내 돌풍’을 일으켰다. 막내들의 폭풍 성장을 바라본 이들이 느낀 것은 기특함 그 자체였을지 모른다.
김진훈 단장은 2015시즌 kt의 성과로 환경 조성을 들었다. 김 단장은 “신생팀으로서 우리가 도약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이 됐다. 일단 관중 동원과 경기력 측면에서 확실하게 발전할 수 있는 틀이 갖춰졌다고 자부한다. 선수단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총평은 긍정적이었다.
김 단장이 첫 시즌을 앞두고 잡은 목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신생팀 최다승 신기록, 둘째는 신생팀 최다 관중, 그리고 마지막은 통신 라이벌전서 대등한 경기를 해보자는 것이었다.(물론 마지막 목표는 김 단장 개인만의 바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kt는 52승 1무 91패로 신생팀 최다승 타이를 이뤘다. 또 64만 5465명의 관중이 들어 역대 신생팀 최다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 LG와 SK를 상대로는 각각 8승 8패, 7승 9패로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다. 세부 목표들을 얼추 이뤄냈다.
전력을 갖춰가기 위해 여러 차례 공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역대 최대 규모인 4:5 트레이드 등 총 3번의 트레이드를 실시했다. 김 단장 역시 트레이드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또 kt가 트레이드의 패러다임을 윈-윈으로 긍정적이게 변화시켰다고 자평했다. 그렇기에 kt의 트레이드 문은 내년에도 계속 열려 있다.
kt가 야구계에 던진 신선한 충격이 또 하나 있다. 스마트티켓 등을 활용해 팬들의 니즈(needs)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스마트폰 앱(위잽)을 도입했고, 이색 시구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또 여름에는 시원하게 물대포를 쏘는 워터 페스티벌 등 기존에 없던 것들을 야구장 안으로 끌어 왔다. 김 단장은 차별적인 마케팅으로 관중을 더 많이 부를 고민에 한창이다.
“현재 위잽의 회원 규모가 7만 5000명 정도인데, 이는 전체 관중 중 20% 정도다. 지난해 위잽 시스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는 50% 정도의 이용률을 기대하고 있다. 이 규모가 더 늘어나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재방문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김 단장이 밝힌 올해 목표 관중 수는 최소 70만, 최대 80만명이다. 물론 마케팅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수치다. 성적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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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는 2015시즌 총 64만 5465명의 관중이 홈인 위즈파크를 찾아 흥행에서도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김진훈 단장은 팬들이 야구장을 더 많이 찾기 위해서는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제 목표는 5강이다. 사진=MK스포츠 DB |
▲2016년 : 최고의 팬서비스는 성적, 목표는 5강
이제 1군 두 번째 해, kt는 어디를 바라보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까. ‘선배’ NC 다이노스가 2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기적을 만들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기에 당장 5강 도전보다는 천천히 전력을 쌓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김 단장은 ‘현실적 목표’에 대해 5강이라고 단언했다. 김 단장은 “여러 변수들이 많이 있지만 외국인 투수 3명이 잘해주고 유한준, 이진영 선수가 댄 블랙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면 우리도 5강에 도전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 단장에게 5강 도전은 팬들을 위한 서비스다. “지난해에는 기대치가 워낙 떨어져 있었기에 팬들이 이해해주시고 애정 있게 봐주셨지만 이제는 팬들을 위해 서비스를 해야 한다. 성적도 무시할 수 없다.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오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도전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보자는 각오를 갖게 된다. 다른 팀들의 변동이 심했기 때문에 전력상으로도 6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2군 익산에서는 본격적인 ‘맞춤형 육성’이 시작된다. kt는 지난 2013년 10월 여주시와 손을 잡고 2016년까지 2군 전용구장을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방향을 틀었다. 2015년 9월 익산시와 협약을 맺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우선 3년을 익산시에 뿌리내리기로 했다. 지난 가을 마무리캠프를 익산서 진행했는데 날씨, 시설, 공간 활용도 면에서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김 단장은 당초 전용구장 건립 계획이 수정된 데 대해 2군의 폐쇄된 전용구장을 사용하는 것(여주)과 지자체와의 제휴를 통해 상생하는 것(익산) 2개의 안을 두고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용구장에는 실질적으로 최소 300억 정도를 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트렌드 변화를 감안할 때 맞는 것일까 싶다. 지자체와 제휴를 하면 투자 대비 효율 측면에서도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익산 시민들의 여가를 담당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기여를 할 수 있고, 우리도 익산에 팬들을 만들어 전국 인기구단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익산 시민들의 반응을 보고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NC 다이노스가 고양시와 연계해 별도로 운영하는 고양 다이노스처럼 kt도 1·2군 분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장성우 사건
인터뷰 첫 질문으로 가볍게 2015시즌 총평에 대해 먼저 던졌다. 김 단장은 인터뷰 첫머리부터 사과의 인사부터 거듭 전했다. “일단 사과를 먼저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동안 이런(사과) 기회가 없었는데, 장성우 선수 사건은 구단 선수 관리에 오점을 남긴 일이었다. 단장 입장에서 팬들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죄송하다.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선수단을 잘 관리하고 인성적인 측면을 강화하겠다는 말씀부터 드리는 게 도리인 것 같다.”
kt는 해당 사건 이후 ‘원아웃 제도’를 신설했다. 향후 약물, 도박, SNS 등으로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구단 이미지를 훼손할 경우 이 제도를 적용해 퇴출 등 징계 수위를 높인다는 것이다. 구단의 전력과 관계없이 단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는 것이다. 김 단장은 “선수단에 더욱 적극적으로 팬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해달라는 주문을 넣고 있다. 더 나아가 중기적으로는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전문가를 초빙해 심리 상담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chqkqk@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