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루이스 판 할 감독은 위기의 남자다. 성적 부진 속에 언론과 여론의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그도 자신을 둘러싼 ‘기류’를 감지하고 있다. 불쾌감을 드러낸 가운데 사퇴 여부에 대한 메시지를 연일 전하고 있다. 단, 박싱데이를 전후로 그의 태도는 바뀌었다.
맨유는 2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가진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첼시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지난 11월 22일 왓포드전(2-1 승) 이후 37일 동안 승리가 없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공식 8경기 연속 무승(4무 4패)이다. 4연패에서 벗어났지만 무승의 늪에는 깊게 빠져있다.
영국 언론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며 판 할 감독을 치하했다. 당연히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 에둘러 비꼰 것이다. 맨유가 8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한 건 1990년 1월 이래 처음이다. 또한, 1990년 이후 개막 19경기 기준 최저 승점(30)이다. 맨유는 4위에서 5위로, 다시 5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다. 4위 맨체스터 시티와는 승점 5점 차. ‘빅4’ 진입도 쉽지 않아지고 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9일(한국시간) 2015-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첼시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공식 8경기 연속 무승이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사진(英 맨체스터)=AFPBBNews=News1 |
패배에 괴로워하던 판 할 감독은 “때로는 스스로 사임한다. 구단이 늘 경질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4연패로 팬들은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새로운 상황에 직면했다”라고 사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차분했지만 초라했다.
하지만 이틀 뒤 그는 다시 당당했다. 첼시와 비겼으나 맨유는 더 높은 볼 점유율(67%) 속에 두 차례(마타, 마샬) 골포스트를 맞췄다. 골키퍼 데 헤아의 ‘미친 선방’ 덕도 분명 봤으나 전반적으로 이틀 전의 무기력한 플레이가 사라졌다.
판 할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많은 압박 속에 훌륭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내가 사임할 이유는 없다”라며 이틀 전의 사퇴 발언을 번복했다. 그러면서 다시 자신을 흔드는 언론을 쏘아 붙였다. 판 할 감독은 “현재 위기는 당신들(언론)이 만든 부분도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선수들은 매 순간 싸울 것이며, 나 역시 그렇다. 수뇌부는 나를 비롯한 스태프를 신뢰하고 있다”라며 축 처진 어깨를 폈다.
판 할 감독은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자신의 입지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경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무승이 길어지면서 맨유 수뇌부의 인내심도 서서히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영국 언론은 스토크 시티전과 첼시전이 판 할 감독의 운명을 좌우할 분수령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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