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 바퀴를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누구는 잘 달리기도 했으나 누구는 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오래 달리기에 결승선은 없다.
현재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페이스 조절은 저마다 다르다. 누구는 초반부터 치고 나갈 테고, 누구는 막판 스퍼트를 노릴 테다.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오래 달리기에 ‘정답’은 없다. 저마다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다들 한 바퀴를 얼마나 잘 달렸을까. 그리고 더 잘 달리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의 솔직한 자평을, 그리고 스케치 중인 밑그림을.<편집자 주>
↑ 넥센 히어로즈의 조태룡 단장은 2015년도 가장 뿌듯한 성과 중 하나로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꼽았다. 그리고 강정호, 박병호에 이은 메이저리그 진출 3호, 4호 넥센 선수를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
지난 2014년, 넥센 히어로즈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4차전까지 삼성 라이온즈와 2승 2패로 팽팽히 맞섰으나 5,6차전을 내리 내주며 준우승을 거뒀다. 그 한을 올해 풀고자 했다. 염경엽 감독도 출발선에 섰을 때 ‘1등’을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조금씩 밀리면서 4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첫 고비를 잘 넘겼으나 준플레이오프에서 2년 만에 다시 만난 두산 베어스에 패했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또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이장석 대표이사와 염 감독은 ‘실패’라고 규정지었다.
조태룡 단장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성적에 있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해다. 정규시즌 4위 내 올랐으니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으며, 결과보다 내용이 더욱 아쉬웠다.” 아슬아슬한 승부 끝에 두산에 플레이오프 티켓을 내준 건 여전히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넥센을 밟고 올라선 두산은 넥센이 그토록 밟고 싶던 정상에 올랐다.
아쉬움이 큰 한 해다. 그렇지만 그 동안 준비했던, 굵직한 몇 가지 업무를 좋게 마무리 짓기도 했다. 넥센타이어와 네이밍 스폰서 3년 계약을 했으며, 서울시와 돔구장 협약도 마쳤다. 둘 다 과정에 있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최악의 결정은 아니었다. ‘좋게~좋게~’라는 표현이 알맞을지 모른다.
“네이밍 스폰서 진행도 여러 가지로 쉽지 않았다. 과정이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잘 마무리가 됐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으며 서울시와 고척스카이돔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큰 일거리를 잘 마쳤으니 (올 한 해)충분히 잘 한 것 같다.”
무엇보다 넥센은 메이저리그 진출 공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이어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포스팅을 거쳐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최근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손아섭, 황재균(이상 롯데 자이언츠) 등이 같은 길을 걷고도 쓴맛을 본 것과는 대조적이다.
넥센은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도우면서도 준비과정부터 철저했다. 그리고 그 결실을 맺었다. 넥센은 2년 연속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야수를 배출하는 동시에 1785만2015달러의 이적료를 챙겼다.
조 단장은 의미 있는 한 해였다고 정의했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오랜 시간 준비했는데 상당히 만족스럽다. (포스팅 금액을 떠나)아쉬움은 전혀 없다. 메이저리그의 여러 구단이 포스팅에 응찰했다. 메이저리그가 KBO리그의 콘텐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사갔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정호가 잘 닦으면서 박병호까지 넘어갔다. ‘이제 시작이다’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제2의 강정호, 제2의 박병호를 만들어야 한다.”
↑ 김하성은 2015년 넥센 히어로즈의 최대 발견이다. 포스트 강정호로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그리고 넥센은 또 다른 새 스타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1년의 시간, 그러나 넥센은 많은 게 바뀐다. 당장 집부터 옮긴다. 이미 지난 10월 서울시와 MOU를 맺으며, 2년간 고척돔에서 생활한다. 시험운행에 따른 전세(2년)일 뿐, 장기임대주택이다. 넥센의 새로운 터전이다. 2년, 그 이상을 살아가야 할. 즉, 고척돔 시대가 열린다.
논란이 많은 구장이다. 목동구장보다 나은 시설이나 ‘최신식’이라는 표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에 교통, 주차 등의 여러 변수까지 있다. 그리고 첫 경험이다. 이 때문에 골치가 아픈 넥센이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계산기를 두들기지만, 직접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게 많다. 그런데 넥센은 아직까지 목동구장에 머물고 있다. 이사는 늦으면 내년 2월이 될 전망이다.
조 단장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짜려면, 하루라도 빨리 고척돔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명확하게 입주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 그는 속이 타고 답답해했다.
넥센은 올해 관중 유치에 성공했다. 44만2941명에서 51만802명으로 7만명 이상 늘었다. 목동구장의 정원은 1만500명으로 잠실구장(2만50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고척돔은 1만8000석 규모(향후 공사로 소폭 줄 예정)다. 목동구장보다 더 많은 관중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조 단장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서울 연고구단으로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관중 기록이다. 그 동안 작은 구장 탓도 있다. 그 한계에 부딪혀 어려움도 많았다. 현실적으로 팬 서비스가 중요한데, 구장 환경이 열악할 경우 현실적으로 이겨내기가 어렵다. 냉정하게 고척돔으로 옮긴다 해도 희망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교통, 주차, 시설 등 여러 가지 난제가 많다. 부정적인 변수가 많은 데다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이 안 된다. 시험을 앞둔 학생의 심정이랄까. 확실한 건 난이도가 꽤 높은 시험이다. 솔직히 걱정이 크다.”
사실 중요한 건 콘텐츠다. 무엇보다 콘텐츠가 알차야 한다. 그리고 그 콘텐츠의 ‘질’을 좌우하는 건 성적일 것이다. 넥센은 올 겨울 박병호를 비롯해 주요 선수가 줄줄이 이탈했다. 냉정히 말해, 전력이 약화됐다. 넥센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과 노력은 명확하다. 이 대표는 넥센을 10년 내 3,4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팀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 중심이 팜 시스템 강화다. 외국인 코칭스태프를 영입하며 내실을 다지는데 힘쓰고 있다. 2016년은 그 초석이 될 해이기도 하다.
조 단장도 팜 시스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면서 새로운 스타의 등장을 지켜보는 게 2016년 넥센의 야구를 즐길 요소라고 강조했다.
“타 구단과 다른 팜 시스템 운영에 기대가 크다. 보다 팜을 활성화시키려 한다.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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