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원주) 서민교 기자] 이제 불멸의 기록은 단 1개만 남았다. 김주성(36·원주 동부)이 남자프로농구 역사상 최초인 개인 통산 1000블록슛 달성까지 1개를 남겨뒀다. 지금껏 그 누구도 밟지 못했던 1000블록 고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엄청난 대기록이 눈앞에 다가왔다.
26일 동부와 창원 LG의 경기가 열린 원주종합체육관. 이날 체육관에는 4145명의 관중이 3층까지 가득 찼다. 체육관 한쪽 벽에는 ‘998블록’이 새겨져 있었다. 김주성의 통산 블록슛을 카운트하는 숫자다. 이날 경기 전까지 1000블록에 단 2개만을 남겨놓고 있던 김주성의 역사적 순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원주 홈팬들의 뜨거운 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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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 동부 김주성이 역사적인 통산 1000블록슛에 단 1개만 남겨뒀다. 사진=KBL 제공 |
샤크의 레이업 순간 김주성도 뒤에서 뛰어올랐다. 하지만 김주성의 파울. 샤크가 왼손으로 김주성의 블록슛을 저지해 오펜스 파울이 불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심판의 판정은 김주성의 파울이었다.
잠시 후 또 한 번의 LG 속공. 양우섭이 로드 벤슨의 공을 가로챈 뒤 유병훈에게 연결했다. 유병훈은 2쿼터 종료 2분45초를 남기고 여유 있게 레이업을 올라갔다. 그 뒤에 김주성이 쫓아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김주성은 유병훈의 레이업을 그대로 걷어냈다. 김주성의 전매특허였다. 역사적인 1000블록에 단 1개만 남긴 999번째 블록슛이었다.
김주성의 1000블록은 수치로 표현하기 힘든 상징적인 가치가 있다. 김주성에 이어 통산 블록 2위에 올라있는 선수는 찰스 로드(안양 KGC인삼공사)이지만, 415개로 김주성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국내선수로는 하승진(전주 KCC)이 통산 315블록으로 김주성의 뒤를 잇고 있다. 김주성의 통산 기록에 ⅓밖에 되지 않는다.
김주성의 1000블록은 은퇴한 ‘국보 센터’ 서장훈과 비교된다. 서장훈은 프로농구 통산 득점(1만3232점)과 리바운드(5234개) 1위 기록 보유자다. 이 기록 역시 깨기 힘든 역사로 남겨져 있다. 하지만 프로농구 관계자들은 “서장훈의 기록도 깨기 힘들지만, 김주성의 블록슛 기록은 앞으로 더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김주성은 1개 남은 블록슛을 후반에 추가하지 못했다. 역사적인 1000번째 블록슛은 아쉽게 다음 경기로 미루게 됐다. 동부의 다음 경기는 3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리는 고양 오리온전이다. 동부 구단과 한국농구연맹(KBL)의 기념행사도 다시 미루게 됐다.
평소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김주성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마음을 비운 상태였다. 김주성은 “부담은 전혀 없다. 기록은 언젠가 달성하지 않겠나. 득점이라면 내가 의식하고 할 수 있겠지만, 블록슛은 상대 공격수가 내 앞에서 슛을 쏴야 한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어 김주성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인 것은 맞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기록은 따라올 것”이라며 “992개의 블록을 했을 때 ‘올해 4개를 하고 내년에 4개를 하면 되겠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하면 된다”고 웃었다. 대기록 앞에서도 초연한 모습이었다.
이날 김주성은 대기록을 작성하지 못했지만, 팀 승리를 이끌었다. 동부는 65-65로 맞선 4쿼터 시작과 함께 김종범의 연속 3점슛으로 달아난 뒤 김주성의 쐐기 3점포로 78-65로 순식간에 점수차를 벌려 사실상
김주성은 이날 23분15초를 뛰며 9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1블록으로 활약한 뒤 경기 종료 3분7초를 남기고 91-73, 18점차로 벌어지자 기록에 욕심을 내지 않고 벤치로 물러났다.
동부는 이날 LG를 99-84로 이겼다. 5연승을 달린 동부는 KGC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라 2위 오리온과의 승차를 2경기로 좁혔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