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거스 히딩크 첼시 임시감독은 벤치 옆자리에 전 첼시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를 앉히고 싶어 한다. “몬트리올과 계약이 남은 상태지만, 그를 데려오고 싶은 것은 사실”이라고 공개 구애했다.
19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선덜랜드전에서 히딩크 감독과 나란히 앉아 옛 동료들이 3-1 승리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관중석 옆자리는 곧 벤치 옆자리라고 현지 언론은 진단한다. 코치 합류 가능성이 다분하다.
히딩크 감독과 드로그바.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2009년 FA컵 트로피를 나눠드는 모습에서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를 짐작할 수 있다. (한때)주제 무리뉴 감독과 존 테리, 램파드, 드로그바와 같은 부자지간 느낌은 나지 않지만, 둘의 애정 또한 진하다.
둘이 가까워진 과정에서 히딩크의 앞날을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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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8/09시즌 후반기 임시 감독직을 맡았다. FA컵 우승, 리그 3위,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은 선수들이 히딩크 감독을 믿고 따른 결과다. 사진(잉글랜드 런던)=AFPBBNews=News1 |
히딩크 감독은 2009년 2월 16일 평소 친분이 두터운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의 간곡한 요청에 임시 감독직을 수락했다.
당시 첼시는 큰 문제에 직면했다. 브라질 출신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이 잉글랜드 축구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일부 베테랑 선수와는 충돌했다. 관중석에는 ‘스콜라리 떠나라’는 배너가 걸렸다.
2009년 8월 스콜라리 감독은 브라질 언론 ‘오 글로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질을 종용한 세 선수를 언급했다. 페트르 체흐, 미하엘 발락 그리고 드로그바였다. “나의 요구나 훈련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첼시에서 진정한 구단의 소유주는 선수들”이라고 폭로했다.
유수 언론은 스콜라리 감독 경질 전 ‘세 선수가 훈련장을 찾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감독의 거취를 논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세 선수 모두 반박했지만, 감독과 선수와 관계에 금이 간 것은 사실이었다. 주장 존 테리가 “오직 2~3명 정도만이 스콜라리 감독을 지지했다”고 말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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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딩크 감독은 2009년 선수 드로그바가 필요했다. 사진(잉글랜드 런던)=AFPBBNews=News1 |
주말 데뷔전을 앞둔 히딩크 감독은 무리뉴 감독과 런던의 한 호텔에서 만나 팀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당시에도 똑같이 행동했다. 스콜라리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팀 정보를 얻었다. 그 안에는 분명 드로그바에 관한 내용도 들었을 것이었다.
허나 히딩크 감독은 세 선수를 내치지 않았다. 공격수, 미드필더, 골키퍼로서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거니와, 이들을 내쳤다간 권력 싸움에서 밀릴지도 몰랐다. (스콜라리 감독과 올 시즌 무리뉴 감독이 힘으로 맞서다 밀려났다.)
모든 선수를 똑같이 대했다. 영어가 서툰 스콜라리 감독과 달리 선수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자율을 부여한 스콜라리 감독과는 반대로 엄격한 규율을 적용했다. 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살아났다. 부임 기간 13경기에서 1패(11승 1무)를 하며 리그를 3위로 마쳤고, FA컵을 들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선 4강까지 밟았다.
램파드는 “히딩크 감독은 말을 아꼈다. 100가지 전술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들만 짚었다. 그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했고, 테리는 “우리는 히딩크 감독을 완전히 신뢰했다. 모든 게 잘 돌아갔다”라며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드로그바는 리그에서 선발과 교체를 오갔지만, 챔피언스리그 16강 유벤투스, 8강 리버풀, 준결승 바르셀로나전과 같은 빅 매치에는 어김없이 중용 받았다. 16강과 8강 각 2경기에서 모두 골을 터뜨렸다. 훈련 중 히딩크 감독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야기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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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딩크 감독은 2016년에는 코치 드로그바가 필요하다. 사진(잉글랜드 런던)=AFPBBNews=News1 |
히딩크 감독은 급한 불을 완벽히 진화하고는 홀연히 떠났다가 6년 10개월 뒤 다시 스탬포드 브리지로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무리뉴 전 감독이 에당 아자르, 세스크 파브레가스, 디에고 코스타 등 주축 선수들과 마찰을 빚은 상황이 과거와 닮았다. 팀에 금이 간 상태에서 다시 금을 메워야 하는 임무도 비슷하다.
성적은 외려 더 암울하다. 리그 17경기에서 9번 패했다. 20개 구단 중 리그 15위. 가야 할 길은 2008-09시즌보다 올 시즌이 더 멀다. 그런데도 첼시(정확히는 아브라모비치)는 히딩크 감독이라면 반전을 일으키지 않을까 기대한다.
히딩크 감독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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