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윤진만 기자] 17일 울산 강동구장에 코트 차림의 낯익은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울산현대 윤정환 감독이었다. 세 명의 소속팀 선수가 올림픽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러 왔다고 했다.
휴식, 이적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자의 귀에 꽂힌 말 한마디. “요새는 올림픽팀에 좋은 선수가 정말 많아요. 대부분 프로에서 뛰는 선수들이고. 제가 (올림픽팀에서) 뛸 때는 대학생 선수가 많았거든요.”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이끌고 윤정환 감독이 황선홍, 최용수, 하석주 등과 주축을 이룬 1996 애틀란타 올림픽 본선 참가자 21명 중 6명이 대학생 신분이었다. 노수만(울산대) 이대희(아주대) 이상헌(동국대) 최성용(고려대) 최윤열(경희대) 정상남(연세대) 등이다. 윤정환 감독도 1995년 유공에 입단한 프로 2년 차였다.
↑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7일부터 25일까지 울산에서 내년 1월 올림픽 최종예선 대비 소집훈련을 한다. 사진(울산)=김영구 기자 |
19년이 지난 지금 올림픽팀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17일부터 25일까지 울산에서 진행하는 소집훈련 참가자 28명 중 대학생은 2명 황기욱(연세대) 한지원(건국대)뿐. 나머지는 전부 프로 소속이고 그중 7명은 유럽, 일본 등에서 뛰는 해외파다. 1996년 즈음에는 상상도 못 할 일.
하지만 겉과 속은 다르다. ‘좋은 선수’, ‘프로 선수’, ‘해외에서 뛰는 선수’가 많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신태용 감독에겐 1996년 비쇼베츠 감독이 상상도 못 할 고민거리가 산더미다.
유럽파 차출 문제가 대표적인 두통 유발 요인이다.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2016 AFC U-23 챔피언십’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아닌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회여서 차출을 강제할 수 없다. 그래서 독일 2부 FSV프랑크푸르트가 공격수 박인혁을 “못 보낸다”고 할 때 “알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처지다.
독일에서 3년째 활약 중인 류승우(바이엘 레버쿠젠)는 “분데스리가는 1월에 전지훈련을 한다. 그래서 클럽이 선수 차출을 꺼린다”고 현지 분위기를 알려주었다. 1월에 휴식기를 갖는 독일, 오스트리아나 리그를 진행하는 스페인 등 각 리그마다 일정차가 있지만, 소속 선수를 보내기가 꺼려지는 건 매한가지다.
↑ 17일 울산 강동구장에서 실시한 첫 소집훈련. 류승우를 비롯한 선수들이 런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사진(울산)=김영구 기자 |
황희찬(잘츠부르크) 류승우 최경록(상파울리) 지언학(알코르콘) 중 류승우은 비교적 수월하게 참가를 ‘허락’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황희찬과 최경록은 각 소속팀 내 입지가 넓어지면서 오랜 설득이 필요했다. 신태용 감독은 노심초사하며 이 과정을 지켜봐야했고, 울산 전지훈련까진 불참하고 카타르에서 합류시킨다는 답변을 들었다.
네 명의 유럽파가 힘을 보태지만,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다. 16일 연탄나르기 봉사활동 현장에서 신태용 감독은 박인혁 외에 미드필더 이찬동(광주)과 김민태(베갈타센다이)가 부상으로 대회에 뛸 수 없다는 사실도 밝히며 “꼬였다”고 말했고, 17일 첫 소집 훈련 인터뷰에서도 “구상에 차질이 있다”고 했다.
꼬여버린 상황을 풀기 위해 소집 기간 내내 고민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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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축구대표팀 울산 전지훈련 참가 명단(28명)
GK: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일본) 이창근(부산 아이파크) 김동준(성남FC)
DF: 심상민(FC서울) 구현준(부산 아이파크) 이지민(전남드래곤즈) 송주훈(미토 홀리호크/일본) 정승현(울산 현대) 연제민(수원삼성) 이청웅(부산아이파크) 이슬찬(전남 드래곤즈) 박동진(광주F
MF: 박용우(FC서울) 황기욱(연세대) 이창민(전남 드래곤즈) 문창진, 강상우(이상 포항 스틸러스) 유인수(FC도쿄) 이영재, 김승준(이상 울산현대) 권창훈(수원삼성) 지언학(알코르콘/스페인) 류승우(바이엘 레버쿠젠/독일) 황문기(아카데미카/포르투갈) 한지원(건국대)
FW: 진성욱(인천 유나이티드) 김현(제주유나이티드) 정충근(낭트/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