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올해 한국 여자축구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12년 만에 참가한 여자월드컵에서 염원하던 첫 승 및 16강에 올랐다. 그러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한 발자국이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의 눈도 브라질을 향하고 있다.
월드컵은 모든 축구선수들이 뛰고 싶은 무대다. 한국 남녀축구는 나란히 월드컵에 나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올림픽은 다르다.
남자축구가 월드컵과 똑같은 9차례 나가 2012년 런던 대회서 사상 첫 동메달을 차지한 반면, 여자축구에게는 미지의 세계다. 월드컵보다 올림픽을 나가는 길이 더욱 좁은 바늘구멍이다. 1996년 애틀란타 대회부터 여자축구 종목이 정식 채택된 이래, 단 한 번도 아시아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지소연도 두 번의 좌절을 경험했다. 지난 2006년 피스퀸컵을 통해 15세의 나이로 A매치 데뷔를 한 지소연은 2008년 베이징 대회 및 2012년 런던 대회 아시아지역 예선을 치렀다. 결과는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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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소연은 월드컵에 이어 올림픽 무대에도 서고 싶은 꿈이 있다. 두 번의 좌절을 겪었으나 툭툭 털었다. 세 번째 도전을 앞두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사진=MK스포츠 DB |
때문에 ‘삼세번’을 다짐한다. 지소연을 비롯한 태극낭자는 여섯 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다. 나날이 발전해 더욱 강해졌다. 2회 연속 아시아경기대회 3위에 오른 데다 여자월드컵에서 경쟁력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에도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배정된 아시아 티켓은 단 두 장. 한국을 비롯해 일본, 북한, 중국, 호주, 베트남 등 6개국이 내년 2월 29일부터 풀리그로 겨룬다. 베트남을 빼고 다 만만치가 않다.
최소 2위를 차지해야 브라질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북한전(2월 29일)과 일본전(3월 2일), 초반 두 판의 결과에 따라, 한국의 운명이 결정된다. 2패 시 사실상 매우 힘겨워진다. 2승과 1승 1무면 최상의 결과이나 현실적으로 1승만 해도 절반 이상의 성과라는 게 지소연의 생각이다.
일본은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준우승국이다. 북한은 아시아 전통의 강호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우승국이다. 역대 전적(일본전 4승 8무 14패-북한전 1승 1무 14패)에서 한국에 크게 앞서고 있다. 쉽지 않은 상대다. 그래도 한 번 부딪혀 보겠다는 지소연의 당찬 각오다.
지소연은 “두 경기 가운데 한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올림픽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북한과 첫 판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일본전이 더욱 부담이 된다. 장소가 일본 오사카인 데다 삼일절 다음날에 열리니 더욱 그렇다”라면서도 일본을 꺾고 싶은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은 역대 일본 원정에서 2무 5패로 승리한 경험이 없다. 그래도 가장 최근인 지난 2011년 6월 18일 에히메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1-1로 비겼다. 당시 골을 넣었던 게 지소연이다. 그리고 그 뒤 3경기에서 2승 1패로 우세했으며, 지소연은 3골을 터뜨렸다. 최근 일본전 6골 가운데 4골을 책임진 지소연이다.
지소연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창단 이래 무관이던 첼시 레이디스에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및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시즌이 끝난 뒤 지소연은 휴식을 취했다. 정확히 말해 지난 13일까지다.
열심히 달리며 푹 쉬었으나 또 다시 열심히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예선은 내년 2월 29일에 치러지나,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 14일부터 개인 운동을 시작했다. 올림픽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한 ‘진짜’ 출발이다.
개인 운동은 한 달간이다. 그리고 대표팀에 소집해 내년 1월 17일 중국 심천에서 열리는 4개국 친선대회(한국, 중국, 멕시코, 콜롬비아)에 참가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제주, 목포 등 남부지방에서 전지훈련을 한 뒤 결전지인 오사카로 넘어간다.
지소연의 소집 여부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소속팀과 조율하고 있다. 다만 큰 어려움은 없을 듯. 윤덕여 감독은 지소연이 함께 하기를 바라고
세계 곳곳을 다녔던 지소연도 지금껏 남미에 간 적이 없다. 그는 첫 여행지로 브라질을 그리고 있다. 시기는 내년 여름이다. 올림픽 본선 진출과 함께. “그 동안 너무 쉬었다”는 지소연은 그렇게 다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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