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김원익 기자] 두산 베어스의 신인투수 남경호(19)에게 올해는 그야말로 찬란한 한 해였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표현처럼 1군 데뷔전과 선발 등판, 이어 포스트시즌 무대까지 밟으며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남경호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기본기였다. 동시에 다음 기회에서는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2015 두산 1차로 프로에 입단한 남경호는 올 시즌 5경기에 등판해 9이닝을 소화하며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선 13경기서 3승6패 평균자책점 7.53의 성적을 남겼다.
특별히 두드러질 것 없는 성적이지만 결과보다는 내용이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140km 초중반대를 오가는 속구를 거침없이 뿌리는 자신감 넘치는 투구와 신인답지 않은 당당한 투구는 약관의 나이답지 않았다는 평가.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과 한용덕 투수 코치도 남경호를 미래의 대기로 지목, 파격적일 정도로 기회를 줬다 .
이 때문에 남경호는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깜짝 승선해 마운드에도 올랐다. 비록 PO 3차전 크게 뒤진 경기 후반 나와 홈런 2방을 맞으며 쓰린 신고식을 했지만 그마저도 큰 경험으로 남았다.
![]() |
↑ 사진=MK스포츠 DB |
남경호는 프로 선수이자 야구 선배의 자격으로 약 2시간 정도 열성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행사 이후 만난 남경호는 “이번이 2번째인데 많이 어색하다. 제가 오히려 배워야하는 입장인데 이 자리에 서도 되나 싶기도 하다”며 쑥쓰러워 하다가도 “프로 선수로서 여기에 참여했다는 뿌듯한 것 같다”며 눈을 빛냈다.
삼성과 두산 양 팀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생짜 신인’은 남경호가 유일했다. 플레이오프까지 뜻깊은 경험들은 남경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시즌때랑 똑같은 마음으로 나갈려고 했다. 그리고 나갔을 때 점수차가 많이 났기 때문에 더 편하게 던질려고 했다. 그런데 던질때는 몰랐는데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 원래도 재훈이 형이 직구사인을 많이 내는 편인데 내 스타일을 믿고 그때 더 직구 사인을 많이 내셨다.”
“긴장도 많이 됐던 데다 상대 타자들 노림수를 많이 갖고 들어왔던 것 같다...무엇보다 그때 홈런을 맞았던 2개가 다 높았다.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나서는 변화구도 한 두 개쯤 섞고 제구도 더 잘했어야 되는데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도 나한테는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던 것 같다.”
신인 남경호에게 포스트시즌은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이었을까. 남경호는 “소름 돋을 정도로 선배들이 멋있었다”며 “점수가 나도 악착같이 어떻게든 1점이라도 더 얻으려고 노력하고, 또 지고 있을때도 힘을 모아서 결국 쫓아가고 뒤집고 또 지켜내는 선배들의 모습이 정말 대단해보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상대적으로 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두산은 준PO, PO를 거쳐 디펜딩챔피언 삼성까지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끈끈한 두산 선수들의 투지와 집중력이 빛났다. 남경호에게도 이런 선배들의 투혼이 머릿속에 깊게 새겨졌다.
프로 첫해, 경험한 1군 무대는 ‘소중함’ 더 이상으로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정말 많은 경험이었다. 내게는...정말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사실 올해 초부터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러다 2군에 내려가고 나서도 성적이 좋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다.”
“실제로 투두고 마음처럼 잘 안됐는데 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개선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많이 좋아진 상태로 1군에 올라오게 됐다. 그대로 2군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면 아쉬움이 컸을텐데 후반기에 어쨌든 문제를 개선해서 다시 올라오게 돼서 그 부분이 가장 뿌듯했다. 나한테는 그때부터가 진정한 시즌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크게 느낀 부분이 있었다. 남경호는 “올해 1군을 경험하고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무엇보다 제일 많이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 투수는 절대 공이 높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며 힘주어 말했다.
![]() |
↑ 남경호가 4일 영일초등학교에서 야구 꿈나무들에게 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정일구 기자 |
이 때문에 그 기본기를 위해 겨울동안 더 많은 노력을 할 계획이다. 남경호는 “이번 겨울 캠프에서는 제구력을 중점적으로 잡을 것”이라며 “또 이번 시즌 2이닝 째 구속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그것은 근력이 떨어지는 문제기도 하니까 그 부분도 보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기대를 받았고, 결과에 비해서도 내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남경호는 “올해 잘했다고는 생각 하지 않는다. 다른 분들이 좋게 평가해주셨어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조심스럽게 더 성장한 자신도 꿈꾼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14년만에 우승을 하면서 긴 기다림
[one@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