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내년에는 주장 말고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멋지게 해보고 싶어요.” 2015년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신명철(37)의 생각은 그랬다. 선수로서 마지막을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을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조금 이르게, 혹은 가장 알맞은 때에 선수 생활을 접게 됐다.
지난 10월 팀으로부터 지도자 권유를 받았고, 2주간의 고민 끝에 마침내 은퇴를 결심했다. 처음에는 발목을 잡을 것 같았던 미련도 이내 사라졌다. 이렇게 ‘선수 신명철’의 야구는 쿨하게 막을 내렸고, 이제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2016시즌에는 kt의 2군 구장인 익산에서 잔류군 선수들을 지도할 예정이다.
↑ 신명철은 지난 10월말 은퇴를 결심한 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최근에는 수원에서 잔류군 선수들을 돕고 있다. 사진=강윤지 기자 |
신명철은 지난 2014시즌부터 신생팀 kt 위즈의 초대 주장을 맡아 팀 살림을 열심히 거들었다. kt가 1군에 진입한 2015시즌에는 89경기 타율 0.209(134타수 28안타) 2홈런 18타점을 기록했다. “아무래도 야구에 대한 집중도는 많이 떨어졌죠. 주장을 하다 보니 신경 쓸 부분이 많아서 야구에는 조금 소홀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선수들을 아우르는 부분에서 주장 경험이 참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새내기 신명철 코치는 이광근 2군 감독과 박재현 코치의 조언을 받으며 지도자로서의 꿈을 펼치고 있다.
▲ “20-20? 그보다는 그냥 야구하는 내내 즐거웠다.”
“가장 좋았던 때가 따로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2군에 있을 때도 힘들었지만 즐거웠고, 야구가 잘된 때는 또 잘되는 대로 즐거웠고, 매 순간이 후회이기도 하면서 다 즐거웠거든요.”
신명철은 삼성 시절이던 지난 2009년 호타준족의 상징이라는 20(홈런)-20(도루)을 달성하며 선수 시절 중 가장 빛나는 커리어를 남겼다. 당시 ‘명철신’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선수로서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오히려 그렇게 잊지 못할 때는 아니에요. 첫 우승했을 때가 기분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신명철은 지난 2011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하며 프로 첫 우승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2013시즌이 끝난 후 삼성에 방출 요청을 하며 또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만난 게 조범현 감독과 신생팀 kt 위즈다. “삼성에서도 은퇴하라는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 나왔죠. 그런데 신생팀 kt로 결정했을 때는 그런 기회보다는 신생팀에서 제가 할 역할이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주장을 하라고 하셨고, 이후 ‘내 길이 여기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후의 2년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움은 따로 있었다. 신명철은 2015년 그라운드서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몇 차례 보였다. 다른 팀 선수와 언성을 높이는 장면,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하는 장면을 남기기도 했다. “저 하면 벤치클리어링 이런 게 연관검색어로 많이 떠요. 제가 경기를 하다 보면 지나치게 승부욕이 있는 편이라, 그런데 표현 방식이 다르다 보니... 참고 좀 더 좋은 방법으로 어필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죠. 그 부분은 선수 생활 전체를 놓고 봐도 정말 많이 후회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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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명철 코치(가운데)가 이광근 2군 감독(왼쪽)과 함께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주장은 이제 (이)대형이나 (박)경수가 맡아서 잘할 거예요.” 이제 ‘코치님’이 된 신명철은 그가 벗은 ‘주장’ 자리에 후배들을 자신 있게 추천해본다.
얼마 전만 해도 주장이고 선배였던 신명철을 이제는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코치님”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원래 자리였던 듯 신명철은 그렇게 코치의 옷을 입고 있었다.
“주장으로 제가 잘한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가지, 편애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후배들이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건 지도자로서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편견 없이 보기, 누구나 똑같이 대해주기. 그게 제가 제일 원하는 지도자로서의 모습이에요.” 신명철이 지도자로 첫 발을 떼면서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이다. 선수를 항상 믿어주고 선수와 소통을 잘하자고.
“소통은 대화를 많이 한다고만 되는 게 아니잖아요. 마음을 알아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선수가 고민 있을 때 찾아올 수도 있는 코치가 되려고 합니다.” 최종 꿈은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어 나가는 것. “이론도 많이 공부해야 하고 야구도 더 많이 봐야하는데, 잘 배워서 마지막에는 팀을 이끌어 나가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 제일 멋진 팬들에게
“제가 kt에 와서 선수로서 크게 도움은 못 됐지만
[chqkqk@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