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두 번의 만루 위기를 막았다. 그리고 첫 승부치기서도 우규민의 지능적인 수비로 주자 2명을 모두 잡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암초’가 있었다. 오심. 이 하나의 잘못된 판정은 한국에 쓰라린 패배로 이어졌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5일 대만 티엔무구장에서 가진 2015 WBSC 프리미어12(이하 프리미어12) 예선 마지막 경기서 미국에게 2-3으로 패했다. 0-2로 뒤지며 패색이 짙은 경기를 7회 민병헌의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10회 대만 출신 왕정청 2루심의 결정적인 오심으로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이했고, 결국 브렛 아이브너에게 결승타를 허용했다.
이로써 한국은 3승 2패로 예선 일정을 마감했다. 연승 행진도 3경기서 종료. 미국과 동률을 이뤘으나 승자승 원칙에 따라 B조 2위 자리를 내줬다. 한국은 A조 2위 쿠바와 8강서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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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15일 열린 프리미어12 예선 B조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사진은 연장 10회 2루심이 세이프로 판정한 프레이저의 도루 시도. 베이스에 닿기 전 정근우의 글러브에 태그됐다. 명백한 아웃이었다. 사진(대만 티엔무)=천정환 기자 |
스프루일을 공략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타순이 한 바퀴 돈 이후, 한국 타선이 스프루일을 대처하는 법을 깨닫기보다 스프루일이 한국 타선을 대처하는 법을 터득했다. 지난 3경기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타선은 스프루일의 힘찬 투구에 냉각됐다. 탈삼진 퍼레이드까지 더해지며 출루조차 쉽지 않았다. 한국은 3회 이후 2루 베이스도 밟지 못했다.
팽팽한 투수전으로 벌어지던 경기는 5회 균열이 났다. 스프루일이 3회부터 안정감을 되찾은 반면, 빠른 공과 예리한 슬라이더로 완벽투를 펼치던 김광현이 5회 들어 급격히 흔들렸다.
4회 2루수 정근우의 판단 미스로 2루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를 처리했던 김광현이다. 5회에도 2루타를 맞으며 출발했으나 이후 과정이 달랐다. 김광현은 흔들렸다. 제구는 생각한 것보다 더 높게 형성됐다. 그리고 높은 공에 미국 타자들은 자신있게 배트를 휘둘렀다. 2루타-볼넷-안타-2루타. 집중타에 김광현은 2실점과 함께 강판됐다.
하지만 한국에겐 ‘약속의 7회’가 있었다. 데자뷔였다. 마치 나흘 전 도미니카공화국전을 ‘되돌려’ 본 듯 했다. 6회까지 꽁꽁 묶인 타선은 그 족쇄(스프루일)가 풀리자, 살아나기 시작했다. 계산대로 흘러갔다. 이대호와 대타 손아섭의 연속 볼넷에 오재원이 희생번트, 한 베이스씩을 진루시켰다. 그리고 민병헌이 2루 베이스 옆을 지나가는 안타로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흐름은 한국에 왔다. 미국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1점을 뽑기가 쉽지 않았다. 8회 박병호의 큰 타구가 맞바람에 막히더니 9회 끝내기 찬스마저 나성범, 정근우의 잇단 헛심으로 놓쳤다.
그래도 한국은 미국을 괴롭혔다. 언제든지 한방을 터뜨릴 듯 보였다. 그러나 오심 하나가 흐름을 뒤바꿨다. 2루심은 2사 1루서 아담 프레이저의 도루 시도를 세이프로 판정했다. 프레이저의 왼발이 2루 베이스를 밟기 전 정근우의 글러브에 닿았다. 명백한 아웃이었다. 합의 판정이 없는 프리미어12 규정상, 판정 번복은 없었다. 찝찝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브너의 적시타가 터지며 2-2 균형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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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15일 열린 프리미어12 예선 B조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사진은 9회 1사 만루서 대타로 출전한 나성범이 아웃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대만 티엔무)=천정환 기자 |
한편, 한국은 오는 16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간) A조 2위 쿠바와 프리미어12 8강을 치른다. 이 경기서 승리할 경우, 도쿄에서 열리는 준결승 초대권을 거머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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