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2015 WBSC 프리미어12(이하 프리미어12) 한·일 개막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빅리그 도전장을 던진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쇼케이스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대거 집결한 개막전은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 가운데 합격점을 받은 선수는 박병호(29·넥센) 뿐이었다.
한국은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개막전에서 일본에 0-5로 완패했다. 투·타 모든 면에서 일본에 압도당한 참패였다. 마운드 불안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으나 기대했던 한국의 중심타선도 화끈한 타격을 선보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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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한국 야구대표팀의 두 1루 거포 박병호(왼쪽)와 이대호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日 삿포로)=천정환 기자 |
박병호와 함께 1루 거포 경쟁 부문에 뛰어든 이대호(33·소프트뱅크)는 FA(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거액의 포스팅 비용 부담이 없다. 이대호는 4년간 일본 무대를 뛰며 이미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충분히 눈길을 사로잡을 타자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앞에서 다시 한 번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외에도 빅리그 도전 의사를 밝힌 외야수 손아섭(27)과 내야수 황재균(28·이상 롯데)을 비롯해 FA 신분이 된 외야수 김현수(27·두산)도 자신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의 무대다. 또 내년 FA 자격을 얻는 왼손 투수 김광현(27·SK)도 여전히 빅리그의 꿈을 꾸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세계야구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인 프리미어12는 최고의 쇼케이스 무대였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일본과 대만을 오가며 집중적으로 관찰을 한다. 개막전부터 스카우트들은 삿포로돔에 대거 운집했다.
이날 일본 대표팀의 선발 투수는 오오타니 쇼헤이(21·닛폰햄)였다. 160㎞대 강속구를 보유한 일본 최고의 투수 유망주다. 강속구 투수들이 넘치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할 한국 타자들을 관찰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쇼케이스가 없었다.
하지만 오오타니를 상대로 자존심을 세운 타자는 박병호와 김현수 둘 뿐이었다. 오오타니를 상대로 뽑은 한국의 유이한 안타이기도 했다. 김현수는 오오타니를 상대로 첫 타석 삼진 이후 4회초 1사 후 첫 안타를 신고했고, 박병호도 첫 타석 내야땅볼 뒤 5회초 선두타자로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루타로 첫 장타를 때렸다. 손아섭은 안타는 없었으나 볼넷 2개를 얻어냈다.
관심이 집중됐던 이대호는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특히 4회 김현수의 첫 안타 이후 병살타를 친 것은 뼈아팠다. 오른 손바닥 부상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오오타니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도 타선의 희비는 엇갈렸다. 김현수는 4타수 1안타 중 오오타니 상대 2개를 포함해 삼진만 3개를 당했다.
이대호, 박병호, 손아섭은 0-5로 뒤진 마지막 9회초 공격에서 마쓰이 유키(라쿠텐)를 상대로 나란히 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황재균은 무사 만루 찬스서 한 차례 들어선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날 박병호만 한국 선수들 중 유일하게 4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시켰고, 손아섭은 2타수 1안타(2볼넷)로 체면을 겨우 살렸다. 반면 이대호는 4타수 1안타(2삼진), 김현수는 4타수 1안타(3삼진), 황재균은 1타수 무안타(1삼진)의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선발 투수로 나섰던 김광현도 2⅔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조기 강판돼 패전 투수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경기 초반 불운이 따르기도 했으나 일본 타선을 압도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확실한 쇼케이스 무대를 펼친 선수는 한국 선수들이 아닌 오오타니였다. 개막전 승리투수가 된 오오타니는 6이닝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에 최고 구속 161㎞의 강속구를 찍으며 ‘10K쇼’를 선보였다.
빅리그를 꿈꾸며 절실했던 한국 선수들로서는 오오타니의 괴물 같은 벽만 실감하며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다시 돌리기 위해선 남은 대회 기간 뭔가 보여줘야 한다.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더 큰 무대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선 대표팀 성적이 수반돼야 할 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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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에서 6이닝 10K 무실점을 기록한 일본 선발 오오타니 쇼헤이가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日 삿포로)=천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