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성공한 믿음의 덕장은 한국시리즈에서 만큼은 풍랑에 흔들린 선장이었다.
삼성은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서 두산에 2-13으로 대패하면서 시리즈 전적 1승4패의 성적으로 준우승에 그쳤다. 정규시즌 5연속 우승의 엄청난 위업. 그리고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에 여느팀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성과다. 하지만 삼성이기에 통합 5연패 좌절은 일말의 아쉬움을 남겼다.
더군다나 삼성은 시리즈 시작 전 터진 원정도박 악재로 완전한 전력을 꾸리지 못해서 그 아쉬움의 정도가 더 컸다.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의 핵심 마운드 전력을 제외하고 시리즈를 치렀다. 그럼에도 공격 자원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거기에 ‘우승 DNA’를 갖춘 경험 풍부한 선수들이 즐비하게 있다는 점에서 팽팽한 승부가 될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14년만의 우승을 결국 이뤄낸 두산의 뚝심과 저력이 삼성을 압도했다. 삼성은 5경기 단 1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차잭 이하)도 하지 선발진에 울었다. 더해 끝내 터지지 않은 야속한 타선과 힘이 떨어진 불펜 등 총체적인 문제를 노출했다.
↑ 사진=옥영화 기자 |
결과적으로 류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서 결국 위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누구나 인정할만한 어려움 속에 시리즈를 시작했지만 위기 대처의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통합 4연패와 정규시즌 5연속 우승은 류 감독 특유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절대 가능하지 않았을 엄청난 위업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명장의 자질에 대한 의문이 이미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류 감독은 이미 지난 4년과 올해 정규시즌까지의 모습을 통해 모든 것을 증명했다.
기형적인 구조이지만 가장 중요한 축제로 평가받는 가을야구다. 여러 세인들의 관심도 앞으로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계속 늘려갈 수 있을지 여부였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를 통해 균열의 지점도 노출했다. 긴 장기시즌이 아닌 단기전 운용 능력에서의 유연함이 그 항목이었다. 최상의 전력이 아닌 팀을 이끌고 상황에 맞춰 여러 전략을 구사했는지에 대한 성패의 평가는 갈릴 수 있다.
더군다나 그 선택들이 결과론으로만 평가한다면 이는 실제와는 거리가 먼 일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부진의 늪에 빠진 타선에 수술 수준은 아니더라도 변화를 통한 바람 조차 부르지 못했던 것은 특유의 ‘믿음’에 대한 ‘답답함’이 느겨지는 장면이기도 했다.
류 감독의 라인업 선택은 큰 변화가 없었다. 1-2차전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썼다. 3차전 이승엽을 제외하고 구자욱을 선발로 내세우는 이례적인 결정을 했다. 류 감독 스스로도 고심이 컸다는 것을 방증하는 라인업. 그럼에도 타순은 박한이가 7번으로 이동하는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4차전서도 박해민 대신 배영섭을 기용하고, 채태인을 제외하는 대신 이승엽이 복귀하는 것 외에는 파격적인 시도는 없었다. 4차전 3득점에 그쳤지만 5차전서 다시 동일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는데 끝내 반전은 없었다.
투수들의 교체 타이밍도 느렸거나 특정선수들만 활용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1차전 박근홍의 교체시기, 3차전 심창민이 계속 던지다 추가실점을 하고 흐름을 내준 장면, 4차전 4회 실점하면서 이미 흔들린 피가로를 5회 다시 기용한 장면등은 쓰린 결정이 됐다. 가용 가능한 최대 자원에 한계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해당 선수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는지에 대한 의문 역시 남는다. 기용과 운용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고유 권한이며, 외부에서는 내밀한 속사정을 알 수 없다. 선수들의 현재 커디션 등은 외부에서는 체크하기 어렵고, 이 모든 결과는 결국 결과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류 감독의 선택이 이해가 가는 측면도 많다. 타선에서도 류 감독이 내세운 베스트나인이 최적의 카드인 까닭이다. 이 라인업으로 삼성은 압도적인 정규시즌 우승을 거뒀다. 동시에 활용할만한 경험 많은 벤치멤버가 없었다. 류 감독의 전략의 폭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감독은 결국 준비하는 자리다. 선수가 없는 상황 이전에 이런 상황을 대비할 방법을 마련하고, 실제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을 내리는 것이 해야 할 역할이다.
류 감독의 찬란한 감독 커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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