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14년 묵힌 숙원을 풀었다. 두산이 투타의 완벽한 조화로 ‘디펜딩 챔피언’을 제압했다. 정상의 자리에 오른 여운은 여전히 진하게 남은 상황. 무엇보다 젊은 두산을 더 무섭게 만들 경험을 쌓았다. 부임 첫 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태형 두산 감독의 2년 차 시즌 역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 안방에서 흥겨운 축포를 쏘아 올렸다. 두산은 지난 달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5차전서 13-2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한 두산은 지난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그토록 바라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두산은 불과 2년 전 삼성을 상대로 3승 1패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통한의 준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남았던 아쉬움을 완전히 풀은 하루였다. 삼성을 상대로 14년 전과 똑같은 ‘업셋’ 우승을 달성하면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 14년 만의 우승은 젊은 두산을 더 강하게 해줄 가능성이 높다. 사진=곽혜미 기자 |
두산 타선의 대다수 한국 나이는 20대였기에 더 의미가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만 1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버틴 것도 대단한 일이다. 무엇보다 가을 야구에서 성공한 경험이 가져다 줄 자양분이 미래를 더 기대케 한다.
90년 생 동갑내기인 정수빈과 허경민의 조합은 올 가을 최고의 테이블 세터 조합이었다. 민병헌-김현수-양의지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도 필요한 순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조커’였던 박건우도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 결승타를 날리면서 가을 야구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겼다.
기대를 모았던 젊은 투수진은 생각만큼 기를 못 폈다. 불펜 필승조인 함덕주는 플레이오프 2차전의 악몽을 벗어나지 못 했다. 자신감 넘쳤던 이현호도 두 번의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에서 모두 조기 강판 당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팀의 우승을 통해 죄책감과 부담감을 한층 줄였다. 오히려 실패의 쓰라린 경험은 다시 일어서게 할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의 발전도 기대되지만 초보 티를 벗은 김 감독의 성장도 또 다른 기대 요소다. 김 감독은 시즌 중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하지만 시즌 막판을 향할수록 우직한 뚝심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유연함이 빛났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김 감독의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위트 있는 말로 분위기를 이끄는가 하면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 과감한 판단을 내렸다. 다사다난한 1년을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 4년 간 달성한 통합 4연패의 비결로 “큰 무대에서 해결한 경험이 계속 쌓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14년만의 ‘업셋’ 우승 경험은 젊은 두산을 더 무섭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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