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너무 얌전하면 재미없다. 뉴욕 메츠 신인 투수 노아 신더가드는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신더가드는 31일(한국시간) 시티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1회 첫 타자 알시데스 에스코바를 상대로 초구에 머리 쪽으로 향하는 98마일 강속구를 던졌다.
그의 공은 포수 트래비스 다노의 미트를 한참 벗어나 뒤로 빠졌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에스코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3루 쪽 캔자스시티 더그아웃에서는 마이크 무스타카스가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포착됐다.
↑ 초구는 몸 쪽 높게. 사진(美 뉴욕)=ⓒAFPBBNews = News1 |
이어 “맞힐 의도는 아니었다. 그건 확실하다. 그저 상대 타자가 너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막고자 했다. 만약 내가 몸 쪽에 던지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를 60피트 6인치(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 떨어진 거리에서 만나면 된다. 나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고의성을 인정한 셈. 이를 알고 있던 캔자스시티 선수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알시데스 에스코바는 ‘USA투데이’ 등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라커룸에 있는 우리 모두가 다 고의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본적도 없는 일이다. 초구를 머리 쪽에 99마일을 던졌다. 좋지 않은 일이다”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알렉스 리오스도 같은 인터뷰에서 “만약 그랬다면, 아주 약했다. 정말 약했고, 프로답지 못한 짓이었다. 만약 누군가를 향해 던질 생각이라면, 머리를 향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USA투데이’는 이를 메츠의 복수라고 해석했다. 캔자스시티 투수들은 앞선 경기에서 메츠 2루수 다니엘 머피에게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챔피언십시리즈까지 펄펄 날았던 머피는 월드시리즈 타율이 0.154로 뚝 떨어졌다.
메츠 불펜 투수 타일러 클리파드는 “상대도 머피에게 똑같은 일을 했다. 우리도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었고, 에스코바의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신더가드의 위협구에도 캔자스시티 타자들은 공격성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는 메츠가 9-3으로 이겼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신더가드의 작전은 성공이었다.
얻은 소득은 또 있다. 겁 없는 신인 투수의 도발이 잠잠했던 장외대결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남은 시리즈가 재밌어진 이유다. 명예의 전당 입회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자신의 트위터(@PedroMartinez)를 통해 “현역 투수가 오래된 선수같은 대답을 하는 것을 보니 신선하다”며 신더가드의 도발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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