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아깝지 않다. 가을밤을 지배한 원투펀치.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더스틴 니퍼트(34)와 장원준(30)의 역투를 빼 놓을 수 없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2 완승을 거뒀다. 시리즈 첫 판을 내줬던 두산은 이후 4경기를 내리 승리로 장식하면서 2001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을 달성했다. 한국시리즈 통산 4번째 우승.
시리즈 첫 판을 내주고도 오히려 이후 두산이 흐름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두 선발 투수의 힘이 가장 컸다. 팀에서 가장 뛰어난 원투펀치가 마운드에서 상대 타선을 마음껏 요리하니 두산은 질수가 없었다.
두 선수 호투에 꽁꽁 묶인 삼성 타선은 이후 시리즈에서 제 궤도를 찾는데 실패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남은 시리즈의 분위기는 두산 쪽으로 흘렀다. 원투펀치의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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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퍼트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9-1로 앞선 8회 무사 1,3루에서 올라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27일 2차전에 선발 마운드에 오른 그는 7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만 내주면서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틀어막아 6-1로 승리했다. 그러면서 니퍼트는 포스트시즌에서 24⅓이닝 무실점 행진으로 최다이닝 무실점 신기록을 수립했다.
니퍼트는 올 정규시즌에서 내내 어깨 통증에 시달리면서 20경기서 6승5패 평균자책점 5.10에 그쳤다, 한국 무대 5년차인 그의 최악의 성적표였다. 에이스의 자존심을 구긴 성적이었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서 많이 못 나온 것이 오히려 체력을 아끼게 되면서 니퍼트가 포스트시즌에서 호투를 할 수 있게 된 발판이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30일 4차전을 앞두고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5차전에 니퍼트가 경기 중간에 나갈 수 있다”면서 니퍼트의 등판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만큼 승리를 굳히는데 가장 확실한 카드가 니퍼트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김 감독의 약속대로 니퍼트는 5차전에서 등판했다. 9-1로 앞선 7회 무사 1,3루에 등판해 2⅓이닝을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선발 투수 유희관이 남긴 주자 한 명에게 득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승부의 추는 기운 상황. 니퍼트의 한국시리즈 성적은 2경기 1승 9⅓이닝 무실점 평균자책점 '0'.
니퍼트가 에이스의 위용을 과시했다면 장원준에게는 이름값을 증명한 한국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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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준이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날 장원준은 1회 먼저 실점을 하면서 흔들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구위는 좋아졌다.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원투펀치의 역할을 다 했다. 팀은 차분하게 점수를 내면서 5-1로 승리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뒤 “장원준의 구위가 좋았고 투수 코치가 130개도 가능하다고 했다”면서 최대한 길게 이끌고 가려고 했음을 밝혔다. 그만큼 신뢰도 있었다.
장원준은 정규시즌 통산 288경기에 나선 베테랑이지만 한국시리즈는 첫 무대. 떨릴 수도 있는 무대였지만 힘차게 공을 뿌렸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데뷔 승리를 챙겼다.
특히 올 시즌 앞서 4년간 84억원이라는 '초
장원준은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경기였다”면서 “7차전까지 가면 안 된다. (나의) 마지막 등판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원준의 바람은 현실이 됐고 우승컵도 두산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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