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한국시리즈 맞상대 삼성과 두산은 ‘고민의 동반자’다. 필승조가 엔트리에서 빠진 삼성 불펜, 우르르 초보운전 중인 두산 불펜이 나란히 벤치의 부담이다.
26일의 KS 1차전에서 같은 고민의 양팀 사령탑이 닮은 전략을 겨뤘다. 선발 투수는 어떻게든 길게 버티려 애썼고, 마무리 카드는 주저 없이 던졌다.
‘선발야구’를 강제해서라도 불펜 부족을 메꿔야 하는 양팀의 현실과 함께 이번 KS에서 예상되는 투수교체 타이밍 싸움의 키워드는 ‘밀당’이다. 선발 교체 타이밍은 최대한 밀고, 확실한 1승을 위한 차우찬(삼성)-이현승(두산)의 ‘쇼타임’은 결코 늦지 않게 당길듯 하다.
본지에 칼럼을 연재중인 이종열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삼성이 9-8로 역전승한 대구 1차전의 승부처를 되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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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유희관은 8피안타(1피홈런) 5실점으로 휘청이면서도 6이닝을 버텨 삼성 피가로와의 선발 맞싸움에서는 판정승했다. 사진(대구)=곽혜미 기자 |
최원호 위원(이하 최위원)=속구 시속이 뚝 떨어져 전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4안타 2실점한 1회부터 난조여서 2회 1사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오재일 김재호를 출루시켰을 때 흐름상 벌써 교체 타이밍이 왔다.
만약 삼성이 정상적인 불펜으로 KS를 치렀다면 차우찬을 ‘1+1 카드’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날처럼 선발이 초반부터 무너졌을 때 조기에 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현실은 차우찬으로 뒤를 막아야 하는 KS다. 결국 안지만 임창용이 빠진 여파로 든든한 ‘1+1 카드’까지 잃게 된 ‘도미노 펑크’ 때문에 삼성 벤치는 초반부터 큰 점수 차로 분위기를 넘겨주면서도 최대한 피가로의 교체를 참는 모습이었다.
이종열 위원(이하 이위원)=두산 타선이 피가로에 맞서 단단히 준비한 듯했다. 유리한 볼카운트나 초구를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속구를 노려 쳤는데, 와중에 피가로의 속구가 전혀 위력적이지 않았으니 정타와 장타가 이어졌다.
▲ 유희관(두산) 역시 위기를 겪었지만 6이닝을 버텼는데.
이위원=유희관은 PO 때보다는 확실히 좋은 피칭을 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면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승부하는 타석을 늘렸다. 삼성의 클린업타순을 8타수1안타로 막은 것이 연타와 실점 속에서도 6회를 버틸 수 있던 이유다.
최위원=6이닝을 버텨준 게 최선인 투구였다. 7회에도 올리면서 끝내 교체 타이밍을 미룬 두산 벤치도 절박해보였다. 선발을 오래 끌어야하는 사정은 두산도 마찬가지니까. 안타깝지만 결과적으로 욕심이 됐다.
▲ 7회 유희관이 주자를 남기고 내려간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나.
최위원=함덕주는 PO에서 거푸 무너지면서 자신감을 다쳤던 어린 투수다. 꽉 믿어주는 벤치의 신뢰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주자가 없을 때 등판시키면서 부담감을 덜고 ‘품’을 회복하게 하는 방법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차피 함덕주-노경은-이현승이 준비돼있었다면 넉점차 리드의 7회 선두 타석에 바로 함덕주를 투입하고 순발력있게 계투 템포를 가져가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결과가 더 좋았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경기 흐름이 (다음날이 휴식일인) 2차전에서 나왔다면, 김태형 감독이 7회까지 유희관을 올리진 않았을 것 같다. 연전의 첫날 경기여서 한템포 더 미련을 둔 것이 5실점 ‘악몽’의 시작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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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함덕주의 고개를 떨어뜨린 삼성 나바로의 7회 스리런 홈런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KS의 승기를 잡아가던 두산으로부터 흐름을 빼앗아온 한방이었다. 사진(대구)=옥영화 기자 |
이위원=준PO, PO를 이긴 상승세의 두산이 초반 대량득점하고, 실점 후에도 추가점을 뽑는 거침없는 기세로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 무시무시한 흐름을 뒤집는데 필요했던 ‘큰 거 한 방’, 나바로는 바로 그 한 방을 날렸다. 3B-1S에서 5구째 바깥쪽 꽉차게 낮았던 스트라이크에 볼 아니냐고 반문하더니 6구째 똑같이 들어오는 그 공을 때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노려치기였다.
▲ 그러나 24안타 타격전의 결승점은 실책으로 났다.
이위원=오재일이 오른발을 2루 쪽으로 향하고 베이스에 붙어 섰던 대기 자세는 정상적이었다. 불행이라면 이현승의 송구가 슬라이더였다. 공이 휘어져 오는 방향으로 발을 움직이면서 포구하는 게 좋았다. 팔만 뻗으면서 잡으려다가 포구에 실패했다. 안타깝지만 1루수의 숙명은 ‘나쁜 송구’를 잡아내는 것이다.
▲ 선제홈런, 4안타3타점, 번트에 호수비까지. 허경민은 ‘뭘 해도 되는’ 모습인데.
이위원=PO까지는 변화구를 잘 쳤는데 이 날은 빠른 볼도 뻥뻥 치더라. 못 말리는 기세다. 몸쪽 승부에 적응하면서 변화구를 거푸 때려낸 김현수도 확실하게 감을 잡았다. 타선은 두산이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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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을 최고의 기세는 ‘뭘해도 되는 남자’ 두산 허경민이다. KS 1차전도 4타수4안타 1홈런3타점으로 출발했다. 사진(대구)=김재현 기자 |
최위원=장원삼은 제구가 안 좋을 때 대체로 공이 뜨는 편이다. 현재 두산 타선의 페이스를 생각하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는 그림이다. 초반에 얼마나 빠르게 마운드에 적응하면서 영점을 안정시켜 '가을 장원삼'의 진가를 발휘할지가 포인트다. PO에서 위력적이었던 니퍼트의 패턴은 속구로 초반을 제압하는 것이다. 누적된 피로도 속 KS에서도 여전히 힘으로 타선을 압도할 수 있을지 초반을 지켜봐야 한다.
1차전을 충격적으로 역전패한 두산이지만, 다음 경기 선발이 에이스 니퍼트라는 상황은
이위원=이겨야 할 경기를 뒤집히며 흐름을 놓친 두산에겐 반전의 계기가 절실한데 PO 2경기 무실점의 ‘삼성천적’ 니퍼트라면 최적이다. 다만 삼성 타선은 첫 경기에서 몸을 풀만큼은 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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