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NC 다이노스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고 고개를 숙였다. 대권 도전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이끈 NC는 올 시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NC는 개인이 아닌 ‘팀 다이노스’로 2년 연속 가을야구를 마음껏 즐겼다. 그 뒤에는 당장 성적보다 미래를 내다본 김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다.
NC는 2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4-6으로 졌다. NC는 플레이오프 전적 2승3패로 두산에 시리즈 재역전을 당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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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릴 "2015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5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NC 김경문 감독이 더그아웃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창원)=옥영화 기자 |
NC는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가 4명에서 3명으로 줄어 신생팀 kt 위즈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구단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벌였다. NC의 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틀렸다. NC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즈와 에릭 해커는 타격왕과 다승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고, 재크 스튜어트도 시즌 도중 합류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가을야구로 가는 길을 열었다.
NC는 1년 농사를 통해 수확도 많았다. KBO리그 최초로 주전 라인업 9명이 규정 타석을 채웠고, 테임즈는 40홈런-40도루로 KBO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나성범-테임즈-이호준 트리오는 100타점 고지를 밟았고, 이호준은 개인 통산 300홈런을 작성했다. 또 손민한은 최고령 10승과 플레이오프 최고령 승리투수가 됐고, 마무리 투수 임창민은 팀 창단 최초로 30세이브를 기록했다.
‘초짜’ NC가 무섭도록 강해진 이유는 김경문 감독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와 지략 때문다. 김 감독은 선수 개인이 아닌 팀을 강조하는 믿음의 리더십으로 NC를 이끌었다. 마운드는 더 막강해졌고, 화끈하게 치고 달리는 야구로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김 감독은 젊은 유망주들을 키우면서도 베테랑들의 가치를 지나치지 않았다. 팀에 헌신한 베테랑 선수들을 끌어안았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믿음은 변함이 없었다. 손시헌과 이종욱의 부진에도 흔들림 없이 믿고 맡겼다. 당장의 1승보다 팀의 미래를 본 선택이었다. 김 감독이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후배들을 위한 본보기였을 뿐이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도중에도 팀이 아닌 개인을 위한 야구를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테임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팀을 위해 헌신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질책했다. 테임즈가 경기 중 기록에 연연한 모습을 보이자 “NC는 개인을 위한 팀이 아니다. 자신의 기록만 욕심을 내는 선수는 필요 없다”며 곧바로 교체시킨 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다.
2012년 퓨처스리그를 거쳐 2013년 1군에 합류한 NC는 3시즌 만에 포스트시즌을 두 번이나 진출한 팀이다. 첫 해 정규시즌 7위로 가능성을 확인시킨 NC는 지난해 정규시즌 3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올해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이 자체로도 놀라운 성과다.
김 감독은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소중한 경험의 자산으로 생각했다. 김 감독은 “우리 어린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을 두 차례 경험하면서 가을축제를 즐길 수 있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었다.
NC는 플레이오프 5차전 마지막 투수로 외야수 나성범을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팀 성적과 함께 창원 홈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선물을 안겼다. NC는 한국시리즈 좌절 팀이 아닌 가을야구를 즐길 줄 아는 팀이었다.
김 감독은 시즌을 마감한 뒤 “우리 선수들에게 너무 뭐라고 안 했으면 한다.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아쉬운 부분을 채워 내년에 강팀으로 도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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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창원 홈팬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창원)=옥영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