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7회초 무사 1, 2루 상황. 잠실구장 3루 NC 응원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두산 벤치가 합의판정을 요청한 직후였다.
NC 베테랑 내야수 이호준이 두산 불펜 투수 함덕주를 상대로 번트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오른 검지손가락에 공을 맞아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고 있던 상태였다. 결국 두산의 합의판정은 실패. 몸에 맞는 볼이 맞았다.
두산의 입장도 이해가 갔다. 상대 선수가 고통스러워 했으나 냉정한 승부처였다. 결국 NC는 7회에 대량 5점을 뽑아 사실상 경기를 끝냈다. NC는 16-2로 두산을 꺾고 시리즈 2승1패로 역전에 성공해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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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 앞서 NC 이호준이 손에 테이핑을 하고 있다. 사진(잠실)=곽혜미 기자 |
부상 정도는 심각했으나 이호준은 정밀검진을 거부했다. 이호준은 “X-레이를 찍어서 금이 갔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그냥 모르고 경기에 나가는 게 낫다. 손가락 하나 정도는 들고 쳐도 된다”고 했다. 말 그대로 ‘부상 투혼’이었다.
이호준 입장에서는 부상을 당했을 때 두산 벤치가 합의판정을 요청한 것이 야속할 만도 했다. 하지만 이호준은 “진짜 맞았는데…라는 생각만 들었다”며 합의판정 요청과 관련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호준은 “번트를 대다가 맞은 것은 처음이다. 다른 선수들이 왜 그 정도 갖고 데굴데굴 구르고 그러는지 이제 알았다. 머리가 팍 서더라. 난 부러진 줄 알았다”며 “그 정도 제스처를 보였는데 안 맞았으면 야구팬들을 어떻게 보겠나”라고 연기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호준은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3차전에서는 3회 역전 결승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베테랑의 존재 이유를 입증시켰다.
하지만 이호준은 결승타를 쳤던 순간보다 4회 2사 2, 3루 찬스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장면을 더 기억하고 있었다. 이호준은 “생각하던 볼이 들어왔는데 라이트로 밀어
그 분(?)이 오신 이호준은 그만큼 자신감이 충만했다.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도 “작전을 다 짜서 나왔다”고 웃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