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체력은 항상 힘이 들죠.”
NC 다이노스 투수 손민한(40)은 쿨하게 인정했다. 손민한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6-2로 이긴 뒤 이같이 말하면서 “앞으로 시리즈가 남아 있기 때문에 선발로서 최대한 끌고 가야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손민한은 이날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몸에 맞는 볼 한 개를 기록했다.
77구를 던진 그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갑작스런 중지 물집으로 두 번째 투수 이민호와 교체됐다.
그러나 손민한이 이날 '관록투'를 뿜어내기에 문제 없었다. 이날 그는 40세 9개월 19일의 나이로 플레이오프 역대 최고령 선발 등판과 승리를 동시에 기록했다. 종전 송진우(은퇴)가 세웠던 40세 8개월 1일을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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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민한의 체력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선수단 속에서 보이지 않는 힘은 강해졌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1999년 롯데 자이언츠 시절 처음 나선 뒤 무려 16년이 걸렸다. 그 사이 긴 세월은 손민한을 마흔 살 투수로 만들었고 힘도 떨어뜨렸다. 손민한은 시즌 막판에도 “공을 던지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테랑으로서의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 등 오히려 보이지 않는 힘은 강해졌다.
특히 NC에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투수들 대부분 가장 도움을 받은 선배를 꼽으라면 단연 투수 쪽 최고참인 손민한을 꼽는다.
실력도 갖췄지만 그가 먼저 보여주는 솔선수범함 때문이다.
손민한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가진 청백전에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손민한의 동료 이호준(39)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청백전에서 가장 열심히 던진 투수가 손민한”이라고 치켜세웠다.
손민한에게 청백전은 플레이오프 등판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팀 분위기를 잡으려고 한 것도 있었다.
손민한은 “정규시즌을 마치고 플레이오프까지 공백이 길다보니 선수단 분위기가 깨지는 것이 있다”면서 “누가 됐던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는 후배 투수들에게 격려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고참으로서 해야 될 역할이 있다”면서 “간단한 미팅을 하려고 했으나 후매들을 더 힘들게 할까봐 문자를 했다”면서 웃었다.
문자에 특별한 내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남은 경기에서 후회 없이 최선을 잘하자. 즐기자”라는 것이 문자의 내용. 어찌보면 한 팀의 선배가 후배가 흔히 할 수 있는 메시지다.
그러나 적시적소에 나오는 격려의 말은 팀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다른 이도 아닌 손민한이 보낸 메시
그래서 그랬을까. 지난 1차전에서 부진했던 NC의 젊은 구원 투수들은 손민한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손민한이 그 동안 많은 경기에 나서 베테랑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있다. 그러나 선수단 속에서 드러내는 품격이 있기에 베테랑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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