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리기 직전인 21일 잠실구장 NC 라커룸 앞. NC 베테랑 내야수 이호준(39)은 한 살 선배인 불혹의 투수 손민한(40)을 두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이날 선발은 손민한이 예고된 상태였다.
이호준은 플레이오프를 앞둔 자체 청백전에서 손민한의 투구를 보고 깜짝 놀란 것. 이호준은 “청백전에서 가장 열심히 던진 투수가 바로 민한이 형이었다. 이를 악물고 던지더라”며 “악을 쓰며 던지기에 ‘저 양반이 뭔가 생각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호준은 “2년 전인가도 가을에 146㎞를 찍는 것을 봤다. 오늘도 143㎞는 나올 거다”라고 확신했다.
↑ 21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5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 말에서 NC 선발 손민한이 이닝을 끝낸 후 박수를 치며 좋아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손민한은 올 시즌 11승6패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하며 회춘 모드였다. 그 결과 이재학과 이태양을 밀어내고 포스트시즌 3선발을 차지하는 영광도 누릴 수 있었다.
손민한은 이날 관록이 무엇인지 입증시키는 투혼을 펼쳤다. 손민한은 경기 초반 위기를 스스로 넘기며 5회까지 3피안타 3볼넷 2실점(1자책)으로 책임졌다.
손민한은 1-0인 1회초 2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낸 뒤 2회초 2사 후 최재훈의 안타와 정수빈의 적시 3루타로 1-1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허경민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으나 박민우의 1루 송구 실책으로 역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NC 타선은 3회초 4득점을 뽑아 5-2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어깨가 가벼워진 손민한도 흔들리지 않았다. 2회까지 41구를 던진 손민한은 3~5회까지 3이닝 동안 34구로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손민한의 투구수는 77개에 불과했으나 혼을 담은 역투로 오른 중지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6회말 마운드에 올랐다가 교체됐다. 김경문 감독도 경기 전 “많이 던지면 좋다. 갈 수 있을 때까지 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손민한은 여기까지였고, 최선의 역할을 다했다.
손민한이 내려간 뒤 NC 타선은 7회에만 5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10-2로 달아나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물집까지 잡히는 손민한의 역투 속에 NC 타선도 폭발한 완벽한 승리(16-2)였다.
손민한은 이날 만 40세 9개월 19일의 나이로 플레이오프 역대 최고령 선발 기록과 함께 최고령 선발승리 기록도 세웠다. 종전 최고령 등판 및 승리 기록은 송진우(은퇴)가 지난 2006년 10월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세운 40세 8개월 1일이었다.
베테랑 손민한의 투혼을 담은 역투. 그 가치는 기록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젊은 NC가 올해 가을야구를 즐길 수 있게 만든 든든한 힘이었다.
↑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말 NC 손민한이 마운드서 내려가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