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유서근 기자] “이 코스는 딱 내 스타일이다. 몸 상태는 나쁘지만 나와 잘 맞는 코스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개 대회에서 2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흥행 아이콘’으로 떠오른 박성현(22.넵스)의 말이다.
15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1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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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최악인 상황에서도 폭풍적인 장타를 앞세워 10언더파를 몰아쳐 단독선두에 오른 박성현. 사진=(인천) 정일구 기자 |
올 시즌 KLPGA 투어 시즌 3승을 거두면서 상금랭킹 상위권자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박성현은 대회를 앞두고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감기 몸살로 몸 상태가 최악으로 치닫았다.
빠른 클럽스피드와 강한 임팩트를 자랑하며 KLPGA 투어 장타왕에 오른 박성현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몸의 밸런스가 틀어지면 최악의 악성구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라면 경기가 무의미했다. 그렇지만 LPGA 투어 첫 경험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대회 전 샤프트 교체라는 극단의 처방을 받았다. 샤프트는 샷을 구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모험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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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미쉘 위, 렉시 톰슨과의 장타대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한국 장타자의 자존심을 세운 박성현. 사진=(인천) 정일구 기자 |
자타가 공인하는 LPGA 투어 장타자인 미쉘 위와 톰슨와 한국을 대표하는 장타자로 자존심 대결을 펼친 박성현은 일방적인 우세를 보였다.
박성현의 공은 미국 장타자들보다 항상 앞에 있었다. 어쩔 땐 박성현이 30야드 이상을 멀리 보냈다. 티샷은 맨 먼저 했고 두 번째 샷은 맨 나중에 해야 했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경기를 마친 톰슨은 “나보다 10야드 이상 더 날렸다. 어떻게 그렇게 멀리 치는 지 궁금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경기 전 박성현은 “KLPGA 선수라면 누구나 나가고 싶은 대회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이 출전하는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이라며 “상금순위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는데 몸 상태는 나쁘지만 나와 잘 맞는 코스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타 대결은 물론 첫 날 스코어도 박성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아니 기대 이상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박성현은 버디만 10개를 몰아쳐는 ‘폭풍 샷’을 휘두르며 10언더파 62타 단독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10언더파 62타는 수잔 페테르손(노르웨이)이 2012년 이 대회 1라운드에서 작성한 코스레코드9언더파를 1타 경신한 기록이다. 또 2003년 나인브릿지 골
하지만 박성현은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박성현은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게 골프다. 당장 내일 같은 코스에서 타수를 잃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우승보다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yoo6120@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