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윤진만 기자] 한국영(25, 카타르SC)이 변신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13일 자메이카와의 친선전에서 이전에는 쉬이 보지 못한 공격 본능을 뽐냈다. 전반 3분 이날 양 팀을 통틀어 첫 슈팅을 쐈다. 15분과 38분 박스 부근에서 예리한 패스로 황의조에게 슈팅 기회를 두 차례나 제공했다. 수비 임무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의식적으로 상대 문전 방향으로 전진 또 전진하려 했다.
4-2-3-1 전술에서 정우영과 더블 볼란치였다. 정우영의 존재로 그는 중원에서 기성용과 나란히 선 다른 경기보다 수비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틈만 나면 상대 박스 근처까지 올라갔다. 골은 없었다. 어시스트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늘어난 공격 숫자는 상대에게 부담을 줬다. 한국영이 조금씩 빈틈을 만들었고, 그 틈으로 지동원이 빠져나가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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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팅하는 한국영은 낯설다. 앞으론 익숙해져야 할 지 모른다. 사진(상암)=김영구 기자 |
지난 3년 한국영의 국가대표 경기는 태클과 몸싸움 두 단어로 설명이 가능했다. 홍명보, 울리 슈틸리케 감독 모두 그를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여기는 눈치였다. 기성용의 중원 파트너, 갈고리, 지우개 등으로 불리었다. ’피아노 연주자’보다는 ’운반자’에 가까웠다. 에이스보다는 살림꾼이었다.
그런 그가 180도 바뀐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났다. 상대 박스 근처에 머무는 시간이 이전 출전 경기 대비 몰라보게 늘어난 것 같았다. 심지어 그는 슛도 하고, 스루패스도 찔렀다. 손흥민 소속팀 동료 델레 알리처럼 공수를 활발히 오가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에 가까워 보였다.
무엇이 그를 전진시킨걸까.
달라진 입지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정우영에게 기성용 파트너 0순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8일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2차예선 원정경기에서도 정우영이 선발 기회를 잡았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독을 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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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보다 공격에 많이 관여했을 뿐, 수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
때마침 자메이카전에서 기회를 잡았다. 다시 주전을 되찾고자 태클, 대인마크 외에도 새로운 매력을 감독에게 어필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게 꼭꼭 숨겨놓았던 창을 다시 꺼냈다. 대학 시절 지네딘 지단을 공경하고 대학 축구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플레이메이커였던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향한 지 근 5년이 다
이번 2연전에서 대표팀은 ’왼쪽 날개’ 구자철과 지동원, ’오른쪽 수비수’ 장현수, 원톱 황의조와 더불어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한국영을 재발견했다. 이것 역시 연전연승 못지 않은 큰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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