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를 떠난 외국인 선수 잭 한나한(35)이 돌아온다. 선수가 아닌 코치로 옷을 바꿔 입었다. 정식 코치는 아니지만 임시 인스트럭터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짧지만 진하게 정을 나눈 선수들과 4개월만의 해후다.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 베테랑 내야수 출신의 한나한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 사연에는 훈훈한 뒷이야기가 숨어 있다.
양상문 LG 감독은 지난 6일 광주 KIA 타이거즈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깜짝 발언을 했다. 양 감독은 “한나한이 한국을 찾아 선수들을 지도할 계획”이라는 것. 한나한은 7일 입국해 이천 챔피언스파크에 약 2주간 머물며 선수들을 지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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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를 떠났던 외국인 선수 잭 한나한이 7일 한국을 다시 찾는다. LG 선수들을 위해 메이저리그에서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서다. 사진=MK스포츠 DB |
한나한은 시즌 개막 이후 50일 만에 1군에 합류해 애간장을 태웠다. 주포지션인 3루수로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지만, 타격에서는 타율 3할2푼7리 4홈런 22타점 17득점으로 기량을 입증했다. 하지만 몸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지난 6월15일 짐을 쌌다. 한나한 대신 루이스 히메네스가 시즌을 끝까지 지켰다.
한나한이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이유는 뭘까. 사실 한나한이 방출됐을 때부터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부상으로 떠나는 선수에게 격하게 예우를 갖추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된 것. 한나한은 짐을 싼 다음날 잠실구장을 찾아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 구단 관계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양상문 감독은 “방출된 외국인 선수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며 됨됨이를 칭찬하기도 했다. 당시 한나한의 통역은 펑펑 울기도 했다.
LG 구단도 한나한의 마지막 가는 길에 기자회견을 마련하기도 했다. 방출된 선수의 기자회견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비싼 외국인 선수가 실패로 끝나자 보기 좋게 포장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도 있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도 또 하나의 소문이 나돌았다. 한나한의 LG 코치 영입설이다. 메이저리그의 오랜 노하우를 갖춘 한나한은 성실성은 물론 인간적고 바른 자세에 있어서도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한나한은 그대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코치설도 조용해졌다. 그런데 시즌 종료와 동시에 한나한이 인스트럭터로 LG를 다시 찾게 됐다. 그것도 추가 비용이 없는 자원봉사로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서다. 이번 한나한의 방문에 LG에서 제공한 것은 항공권이 전부다.
LG 구단과 한나한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LG 구단은 한나한이 떠나기 전 “기회가 되면 나중에 다시 와서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에게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구체적인 약속은 없었지만, 한나한도 “개인 스케줄에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다시 돌아와 그런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후 시즌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LG 구단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인스트럭터로서 공식 요청을 한 것. LG 구단 관계자는 “한나한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흔쾌히 승낙을 했다.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컸던 것 같다. 어린 선수들도 다시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라. 아마도 어린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상문 감독 역시 한나한의 한국행을 매우 반겼다. 양 감독은 “짧은 시간이지만 어린 선수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야구를 했지만, 우리와 비슷한 타격 매커니즘을 갖고 있어 선수들도 혼동이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타격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쌓은 노하우와 성실한 자세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LG 선수단은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제외하고 이틀 휴식을 취한 뒤 이천 챔피언스파크에 다시 모여 한나한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LG를 떠난 뒤에도 다시 약속을 지킨 한나한. LG도 올 시즌 최악의 성적과 실패를 딛고 내년을 기약하기 위해 다시 그라운드로 나선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