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근한 기자] “더스틴 니퍼트와 장원준을 제외한 투수 전원이 대기하는 총력전이다. 투수 교체 템포도 빠르게 가져갈 예정이다”(김태형 두산 감독)
이렇게 3위를 결정지을 최종전에서 두산의 총력전은 당연했다. 하지만 두산 선발 투수 이현호(23)의 담력이 김 감독의 총력전 선언을 무색케 했다.
이현호는 4일 잠실 KIA전에서 선발 등판해 5⅔이닝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9-0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에 이날 경기에서 승리만이 필요했다. 패배 혹은 무승부는 4위로 추락을 의미했다. 김 감독은 선발진인 앤서니 스와잭과 유희관을 비롯해 최근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불펜진도 모두 대기시켰다. 이현호가 초반 흔들린다면 바로 물량전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 두산 선발 투수 이현호가 4일 잠실 KIA전 호투로 팀을 3위로 이끌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반대로 동갑내기 KIA 선발 투수 홍건희는 흔들렸다. 홍건희는 0-0으로 맞선 2회 볼넷만 4개를 내주는 제구 난조로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다. 결국 정수빈에 2타점 적시타를 맞아 선제 실점했다. 이어 등판한 유창식도 0-2로 뒤진 4회 2점을 내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현호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2아웃까지 순항했다. 하지만 김주찬에 우전 안타를 내주고 2사 1,2루가 되면서 두산 벤치는 결단을 내렸다. 이현호의 몫은 거기까지였다. 총 투구수는 84구로 스트라이크는 55개였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이현호에게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많은 것이 달렸던 최종전에서 이현호는 기대 그 이상의 투구를 선보였다. 앤서니 스와잭이 이어 등판해 이현호의 실점을 막았다.
위기 후 찬스였다. 두산은 6회 김현수의 스리런 홈런으로 승기를 완전히 잡았다. 두산은 편안하게 남은 이닝을 마무리하고 정규리그 최종 3위를 확정지었다. 팀이 승리하면서 이현호는 시즌 6승(1패)째를 거뒀다. 이현호의 92년생 답지 않은 담력 넘친 투구가 두산을 마지막 순간 웃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호투를 기대케 하는 이현호의 84구였다.
이현호는 경기 후 “중요한 경기에서 보탬이 돼 다행이다. 총력전이었기에 든든한 투수들도 뒤에 있고 좋은 팀원들이 있어 든든했다. 그래서 오히려 긴장도 하지 않고 부담도 덜했다. 승리가 목표라기보다는 한 이닝 한 이닝 잘 버티자는 마음이었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승리 소감을 전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각오도 밝혔다. 이현호는 “특히 수비수들에게 고맙고 모든 팀원이 하나가 돼 승리 할 수 있어 다행이고 고맙다. 앞으로 더 중요한 경기가 남아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마음을 비워 더 좋은 모습과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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