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막힌 개천절 승부였다.
3일 삼성의 짜릿한 1피안타 팀 영봉승과 NC의 안타까웠던 8회 역전패가 기어이 2015시즌 한국프로야구 팀 순위표의 꼭대기를 결정지었다.
올해 두 팀은 나란히 놀라운 레이스를 펼쳤다. 우리가 본 적 없는 성과였다.
삼성은 리그 첫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팀이다. 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전통은 압도적이고 고유하다. 그런 삼성을 마지막까지 거침없는 5연승으로 몰아붙였던 NC는 역대 신생팀 3년차 최고 승률을 예약했다. 누구보다 빠르고 단단했던 그들의 성장스토리는 놀랍고 새롭다.
↑ 삼성 선수들이 3일 목동구장 넥센전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매직넘버 2를 남기고 있던 삼성은 이 승리로 매직넘버를 1로 줄였고, 인천 SK전에서 NC가 패함에 따라 KBO 첫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사진(목동)=천정환 기자 |
‘장기집권’의 팀은 필연적으로 ‘노쇠화’의 굴레에 맞닥뜨린다. ‘우승 멤버’를 흔들기는 쉽지 않아서 강팀에서는 새로운 주력 멤버의 성장이 더 힘들다. 즉 역동적인 팀 전력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라인업의 유연성과 육성의 기회에서 ‘장기 정상’의 팀은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그런 여건에서 삼성이 5년 연속 챔프를 유지하면서도 이지영 박해민 구자욱 같은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주전으로 키워낸 것은 대단한 성과다. 정상에서도 변화의 동력을 지켜낸 것이 2~3년을 넘어 5년까지 연속 1위 기록을 가능하게 했다.
시즌 전 많은 전문가들이 NC에게 박한 평가를 내린 것은 외국인선수 엔트리가 한명 줄어드는 등의 ‘빼기’ 요인에만 지나치게 집착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NC에게 그보다 강력한 ‘더하기’ 요인이 있었음을 간과했다. 이 팀에는 기량이 한창 성장기인 젊은 주전들이 많다. 스폰지처럼 경험치를 흡수해 쑥쑥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젊은 팀의 장점이다. 그들은 두번째 시즌이었던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한 단계 껍질을 깨고 진화했다.
패기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구심점들을 투타에서 두루 갖고 있는 것도 NC의 장점이다. 개인적으로 10개 팀들의 주력 라인업을 비교할 때, NC가 가장 이상적인 베테랑과 신인급의 조화를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NC에서 돋보이는 또 하나의 ‘조화’는 바로 현장과 프런트가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다. 서로를 적절하게 지원하고 리드하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합’이 느껴지는 팀인데, 고작 3시즌 만에 뚜렷한 팀컬러를 만들어내고 있는 데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 지난 2일 인천 SK전에서 5연승에 성공한 뒤 기쁨을 나누는 NC 선수들. 정규시즌의 마지막 주말까지 삼성을 거세게 몰아붙였던 NC는 신생팀 3년차 최고의 정규시즌 성적을 예약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우승 DNA’ 삼성 선수들에게 자신감은 이미 체질이다. 고기를 먹어본 사람들인 그들은 큰 무대에서도 흔들림이 덜하다. 반면 그들이 이겨야 ‘순리’인 가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고지를 밟고 선 조바심은 숙명 같은 핸디캡일 것이다.
NC의 ‘패기’는 아직 스스로에 대한 확신, 절대적인 자신감과는 다를 수 있다. 넥센이나 SK, KIA처럼 정규시즌서 강했던 상대에게는 당당한 자신감으로 발현될 확률이 높지만, 두산이나 삼성처럼 큰 경기 경험이 많고 정규시즌서 힘들게 했던 상대에 맞서서도 강인한 멘탈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NC에겐 부담감을 덜고 도전자의 위치를 즐기는 가을 마음가짐이 오히려 정상 도전의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