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깨지지 않을 것 같던 기록이 깨졌다. 박병호(29·넥센)에 의해.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과 함께 4년 연속 홈런왕이 유력한 박병호, 이번에는 타점 부문 기록을 갈아치웠다.
KBO리그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을 12년 만에 경신했다. 지난 2003년 이승엽(삼성)이 세운 144타점을 넘었다. 지난 2일 목동 롯데전에서 역대 홈런 공동 3위인 53호 홈런으로 3타점을 추가해, 시즌 146타점을 기록했다. 박병호에게 가장 많은 타점(27)을 제공한 롯데는 대기록 작성의 ‘조연’이 됐다.
박병호는 2경기를 남겨놓은 테임즈(140타점·NC)가 뒤를 쫓고 있으나 타점 부문 유력 수상자다. 최근 3년 연속 홈런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타점 부문도 그의 차지였다. 2012년부터 빼먹지 않고 있다. 올해도 4연패 가능성이 열려있다.
박병호의 기록은 홈런도 위대하나 타점 또한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타점은 해결사의 척도이자 기여도다. 동료가 만든 찬스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과 함께 득점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기술과 헌신이다. 그 타점이 있어야 팀은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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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의 박병호는 지난 2일 목동 롯데전에서 2003년 이승엽이 세운 KBO리그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진=MK스포츠 DB |
박병호의 타점 신기록이 놀라운 건 꾸준함이다. 상승 곡선이다. 홈런이 늘 듯, 박병호의 타점 또한 해마다 증가했다. 지난 3년간 기록은 105타점(2012년)-117타점(2013년)-124타점(2014년)이었다. 경기수가 늘었다고 해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22타점이나 더 올렸다.
최근 다소 주춤했다 해도 박병호의 생산 속도도 거의 일정했다. 크게 떨어진 적이 없다. 무더웠던 7월(31타점)과 8월(34타점)에만 65타점을 올렸다. 그게 워낙 강렬해서 그렇지, 9월 이후에도 19타점(21경기)을 기록했다. 3~4월(25경기 19타점)보다 나은 페이스다.
올해 정규시즌은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었다. 16경기가 많아진만큼 풍성한 기록이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다. 144경기 시즌은 감독과 선수 모두 첫 경험이다. 겨우내 땀 흘리며 체력을 기르고 관리를 했다고 해도 막바지에 이르자 힘겨워했다. 피로까지 누적됐다. 어느 팀이나 어느 선수나 그랬고, 박병호도 다르지 않았다. 최상의 페이스가 아니었다.
박병호는 최근 만족하지 못했다. 지난 9월 25일 대전 한화전부터 지난 1일 목동 한화전까지 6경기에서 홈런 1개로 1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팀 공격의 활로도 함께 막힌 터라,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채찍질을 했다. 화가 나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조바심, 자괴감, 부담감, 책임감이 그의 머릿속에 들었고 어깨 위에 올라있었다.
그렇게 주춤한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그는 큰 기복 없는 페이스를 유지했다. 늘 기본 이상이었다. 염 감독이 박병호에 대해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고른 페이스를 끌고 가는 게 매우 어렵다”라고 높이 평가했
박병호는 그렇게 스스로를 넘고서 이겨내며 대기록을 세웠다. 꾸준한 페이스 속에 이룬 기록이기에 더욱 값졌다. 한 순간의 폭발로만 이뤄낸 산물이 아니다. 시즌 내내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전인미답의 길은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은 끝에 닿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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