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30일 인천 LG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이제 SK는 치열한 5위 싸움의 마지막 승자가 될 가능성이 한껏 높아졌다.
한화가 길게 5위에서 버틸 때도, KIA가 드라마틱한 연승 행진을 벌일 때도, 그리고 롯데가 ‘5위 유력’의 리본을 달고 잔뜩 들떠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장거리 레이스의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SK는 결국 역전 스퍼트에 성공한 모양새다.
그 중심에 우뚝 선 선발 투수는 9월에만 5승(1패)을 쓸어 담은 왼손 세든(32)이다.
↑ SK 세든은 9월 한달동안 5승(1패)을 쓸어담으면서 혼돈의 5위 싸움에서 SK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데 앞장섰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193cm의 큰 키가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인 오버핸드스로 투수 세든은 몸통이 회전하는 구간에서 상체를 충분히 숙여주면서 공을 놓는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온다. 힘차게 공을 뿌리는 순간 상체를 많이 숙여주면 홈플레이트 쪽으로의 방향성이 좋아지고 엑셀러레이션(가속구간)에서의 장력을 발생시켜 보다 강한 공을 정확히 던질 수 있는데, 국내파 투수들에 비해 외인 투수들이 특히 이 동작에서 강점을 가진 경우가 많다.
세든은 오른 다리의 무릎이 다소 일찍 펴져 하체를 잘 이용하는 투구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체를 충분하게 숙여주는 역동적인 동작이 큰 키에서 내리꽂는 무시무시한 공의 각도를 완성하면서 타석의 ‘체감위력’을 보태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9일 롯데전 이후 5연속 퀄리티스타트로 5연승을 달리는 동안 세든은 6~7이닝을 꼬박꼬박 책임졌고 32이닝에서 이닝 당 한개 꼴인 32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8피안타 이상을 허용한 경기도 두 차례나 있었지만, 3실점한 경기는 한번 뿐(15일 삼성전)이다.
상당히 안정적인 마운드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는 얘긴데 여기에는 SK 수비진의 든든한 백업, 배터리 파트너인 포수와의 호흡도 한몫했을 것이다. 운영의 전략과 볼 배합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투수도 늘 최상의 컨디션으로 등판하기는 어렵다는 데에 있다.
30일 LG전에서 세든은 줄곧 공이 둥둥 뜨는 편이어서 썩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러나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던 1회와 3회, 결정적인 두 차례 견제사를 잡아냈고, 초반과 중반에 변화를 준 적절한 볼 배합이 통하면서 8안타를 맞으면서도 6이닝을 1실점으로 버텨냈다.
이날 세든은 초반에는 속구 위주의 승부를 했고, 중반 이후 타자들의 반응을 봐가며 변화구 비율을 늘렸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상당히 선호하는 패턴이다.
타자들의 눈에는 속구보다 변화구가 빨리 익힌다. 초반부터 변화구를 많이 보여주면 길게 버티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힘이 있는 초반에 속구 위주의 시원시원한 승부를 하면서 최대한 변화구를 아끼고 후반에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세든의 강력한 9월 스퍼트로 이번 시즌 ‘가을야구’는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5위 싸움의 최종 승자가 SK로 굳혀지든, 혹은 한화나 KIA가 다시 ‘날 들이밀기’ 급의 역전에 성공하든 5위의 가을은 무조건 2연승으로 돌파해야 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시작한다.
시즌 내내 차원이 다른 4강의 상위리그를 형성해온 두산 혹은 넥센에 맞서 2연승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원투펀치의 힘이 절대적이다. 로저스-탈보트로 지난
SK로서는 김광현에 이어 세든이 가을 마운드의 중심에 우뚝 서준 것이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페넌트레이스 5위 싸움에서의 우세도 가져다줬지만, 그 이후 가을의 희망도 키워주고 있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