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윤진만 기자] 축구에서 분위기, 이기는 습관이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3경기 연속 무패의 상승세를 타던 울산 현대는 두 골차로 끌려가던 상황을 극복하고 3-2 대 역전극을 만들었다. 반면 앞선 7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전남 드래곤즈는 눈앞에서 또 승리를 놓쳤다. 스테보의 두 골은 두 골일 뿐이었지만, 김신욱이 이마로 만든 두 골은 승점 3점의 가치가 있었다.
선발 라인업
전남의 골키퍼 교체가 눈에 띄었다. 김민식이 주전 김병지 대신 투입했다. 경기 전 전남 노상래 감독은 신장이 큰 울산 공격진 맞춤 기용이라 설명했다. 울산은 측면 미드필더 김태환을 우측면 수비로 뒀다. 컨디션이 좋다는 제파로프는 일단 벤치에 앉혔다. 상황에 따라 후반에 조커로 활용하려는 윤정환 감독 구상이다. 울산은 김신욱 양동현 투 톱 전남은 스테보 원톱 체제로 경기를 시작했다.
득점 요약
전반 5분 전남 안용우가 우측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다 문전 안 스테보에게 공을 건넸다. 수비수 김치곤을 등진 상태로 공을 받은 스테보는 우측으로 몸을 돌린 뒤, 왼쪽 골문 하단을 향해 오른발로 깔아 찼다. 전남의 선제 득점.
전반 11분 울산 수비진이 자기 진영에서 우물쭈물하며 공을 걷어내지 못하는 상황. 스테보가 적극적인 박스 안 대시로 공을 탈취했다. 뒤따라오던 센터백 유준수가 스테보에게 백태클했다. 주심 페널티킥 선언. 스테보가 골대 중앙으로 강하게 휘둘러 추가 득점.
↑ 울산 김신욱이 19일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만회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반 25분 김민식 클리어링 미스에서 비롯된 울산 찬스. 왼쪽 측면에서 마르세유 턴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안현범이 문전으로 띄운 오른발 크로스를 김신욱이 제자리 헤딩으로 연결. 골망 출렁.
후반 9분 전남 진영에서 방대종과 김신욱이 경합하는 과정에서 공이 옆으로 흘렀다. 재빠르게 달려가 공을 잡은 마스다는 그대로 밀고 올라가 박스 부근에서 오른발로 감아 때렸다. 공은 김민식이 손을 쓸 수 없는 좌측 상단에 꽂혔다.
후반 19분 2-2 동점을 만든 울산이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 정석민의 패스를 가로챈 양동현이 좌측의 코바에게 공간 패스를 전달했다. 코바는 방대종을 앞에 두고 문전으로 크로스를 띄웠고, 김신욱은 노마크 상황에서 빈 골문을 향해 이마로 골을 낚았다. 울산의 역전.
수훈 선수
스테보(전남)와 김신욱(울산)
두 번째 골을 내주고도 한참 동안 울산 센터백들은 스테보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발이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힘이 좋아 등지는 플레이를 할 때 위협적이었다. 스테보는 선제골 장면에선 힘과 침착함, 그리고 골잡이 특유의 골 감각을 선보였고, 추가골 상황에선 공을 향한 집념이 엿보였다. 이날 두 골로 스테보는 두 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11골)도 기록했다.
↑ 스테보가 골을 터뜨리고 단체로 세리머니하는 전남 선수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스테보의 두 골은 두 골로 머물렀으나, 김신욱의 두 골은 승점 3점의 가치가 있었다.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온 두 번의 기회를 그는 모두 붙잡았다. 김신욱은 최근 출전한 4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 기세가 놀랍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공격수는 슈퍼매치에서 멀티골을 넣은 아드리아노(서울) 뿐인 것 같다.
경기 의미
울산은 경기 전 인천 유나이티드의 부산 아이파크전 승리로 스플릿A 진출에 실패했다. 맥이 빠진 채 경기에 임할 줄 예상했지만, “FA컵을 잡기 위해 경기력을 유지하자”는 윤정환 감독의 의도대로 선수들은 사력을 다했다. 지난 라운드 제주전에 이어 또 한 번 후반에 스코어를 따라잡은 점에서 최근 달라진 팀 분위기가 읽힌다.
전남으로서는 아쉬운 패배다. 전남은 6위 인천을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승점 3점이 필요했다. 초반 좋았던 분위기가 김신욱의 헤딩 한 방으로 무너진 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되찾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정규리그에서 남은 2경기가 수원(홈), 서울(원정)전이라는 점은 큰 부담이다. 전남은 2경기를 남겨두고 인천과 승점 3점차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1라운드 (2015년 9월 19일 17:00, 울산 문수 축구 경기장)
울산 현대 3-2 전남 드래곤즈
울산: 김신욱(전25‘, 후19’) 마스다(후9‘)
전남: 스테보(전5‘, 전11’)
울산 현대 (4-4-2)
김승규(GK) - 정동호, 유준수(후40' 이재성), 김치곤(후추' 제파로프), 김태환 - 코바,
감독: 윤정환
전남 드래곤즈 (4-2-3-1)
김민식(GK) - 현영민, 이지남, 임종은(전33‘ 방대종), 최효진 - 정석민, 김평래 - 안용우(후41' 이슬찬), 이종호, 오르시치(후30’ 레안드리뉴) - 스테보
감독: 노상래
[yoonjinma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