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문경은(44) 서울 SK 감독이 시즌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즌 개막이 코앞인데 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특히 주전 가드 김선형(27)이 시즌 초반 공백이 불가피해 전력에 큰 차질이 생겼다.
문 감독은 지난 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인천 전자랜드와 연습경기를 가진 뒤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날 SK는 전자랜드에 71-74로 역전패를 당했다. 전자랜드의 조직농구에 경기 후반 외곽슛을 무더기로 얻어맞고 무너졌다.
SK는 올 시즌 선수 구성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를 준 팀이다. 두 외국인선수 애런 헤인즈와 코트니 심스가 떠났다. 대신 데이비드 사이먼과 드웨릭 스펜서를 새로 데려왔다. 또 주희정(서울 삼성)과 박상오(부산 kt), 최부경(상무)을 보내고 이승준, 이동준 형제와 오용준을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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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은 서울 SK 감독이 주전 가드 김선형의 공백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문경은 감독은 “그동안 농구를 편하게 한 것 같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문 감독은 “아무래도 이승준과 이동준은 합쳐서 10분 정도밖에 기용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직 수비에 문제가 많다. 김민수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문 감독은 이승준과 이동준을 영입하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예상된 기대치다. 전희철 SK 코치도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은 하고 있다. 잘 따라오다가 멈춰 있는 것이 아쉽지만, 원래 기대치를 낮게 잡았다”며 애써 웃었다.
문 감독의 딜레마는 외국인선수에 있다. 사이먼과 스펜서의 활용도가 문제다. 문 감독은 당초 사이먼을 30분, 스펜서를 10분 정도 기용할 복안이었다. 하지만 포인트가드 부재의 벽에 부딪혔다. 사이먼을 오래 뛰게 하려고 해도 받쳐줄 선수가 부족하다. 공을 다룰 줄 아는 기술자가 없기 때문.
김선형의 공백 때문이다. 김선형은 국가대표로 차출돼 1라운드에 뛸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스펜서의 역할이 늘었다. 슈터로 영입한 스펜서는 최근 포인트가드부터 슈팅가드, 스몰포워드까지 소화하고 있다.
스펜서도 대략 난감하다. 한국 무대 적응도 해야 할 판에 너무 많은 역할이 주어지면서 ‘멘붕(멘탈붕괴)’ 상태다. 스펜서는 문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해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놨을 정도다. 다행히 문 감독이 스펜서를 다독여 이제는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
문 감독은 “스펜서에게 너무 많은 롤을 주면서 지적을 많이 하다 보니 많이 힘들어 했다. 지금 연습경기에서는 ‘너가 하고 싶은 대로 넣고 와라’고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스펜서는 이날 전자랜드전에서 20여분을 뛰며 29점 12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스펜서의 득점력 하나는 믿을만하다. 문제는 수비다. 스펜서가 뛸 때는 박승리가 함께 코트에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비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이먼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 될 위험성이 크다.
김선형은 국가대표 차출 뒤에도 올 시즌 계속 뛸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선형은 대만 윌리엄존스컵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7일 곧바로 경찰에 출석했다. 김선형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는 김선형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김선형이 프로 데뷔 이전인 대학 시절에 불법 도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선형이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경우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혐의가 인정될 경우 파장이 일파만파 커질 수밖에 없다. SK로서는 간판스타를 잃는 매가톤급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SK 내부적으로는 김선형의 무혐의를 믿고 경찰 발표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문 감독은 지난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외국인선수 트라이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거푸 입방아에 오르면서 문 감독의 한숨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 달 가량 당겨진 시즌 개막에 발맞춰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한데 이래저래 고민거리만 늘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