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겨루지 않을 수 없는 국제경기, ‘프리미어12’의 개막 일정(11월8일)과 각 팀의 밀린 경기수가 영 걱정스럽더니 결국 잔여경기 일정의 강력한 ‘소화보조제’로 더블헤더가 결정됐다.
이제 우천 취소가 발생했으나 예비일이 없을 경우, 15일 이후의 동일 매치업에서 더블헤더(2연전일 경우 둘째날 우선)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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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시즌 각 팀의 순위는 주전 선수들의 릴레이 공백에 대처하는 대체자원의 활용 능력에 따라 갈리고 있다. 시즌 막판의 더블헤더 변수는 그동안 단련된 대체자원의 힘을 기른 강팀들에게 더욱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선두 삼성의 지난달 19일 잠실 두산전 더그아웃 모습.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아무래도 팀간 전력 차가 있는 매치업이라면, 모든 여건이 순리대로 돌아갈수록 강팀이 무난하게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다. 약한 팀에게는 어떤 ‘돌발 변수’라도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더블헤더 역시 ‘약팀의 기회’로 느껴질 수 있겠다.
그러나 올해의 시즌 종반 레이스에서 더블헤더의 의미는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판도를 흔들 혼돈의 변수보다 판도를 정리하고 각 팀의 수직 정렬을 가속화 할 시험대로 작용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첫째, 상위권 순위싸움부터 5위 한자리를 가운데에 둔 무더기 중위권 경쟁, 여기에 최선의 성적이 절박한 LG와 kt까지 10개 팀 모두가 전에 없이 빡빡한 입장으로 종반 레이스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승률보다 ‘일정의 소화’, 무리 없는 운영을 우선 목표로 하면서 안배의 전략으로 더블헤더를 치를 만한 여유의 팀이 거의 없다. 현재의 판도가 대충이라도 정리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팀들이 2승을 목표로, ‘2패는 끝장’의 각오로 더블헤더에 달려들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모든 팀들이 매 경기 최선으로 나서게 되면 더블헤더가 약팀을 도와줄 수 있는 ‘외부 변수’로서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두 번째, 이번 시즌의 ‘강팀’이 갖고 있는 의미 때문에 더블헤더가 강팀에 더욱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시즌 내내 거의 모든 팀들이 주전들의 ‘공백 돌림병’을 앓았다. 밖으로 누가 더 많이 하소연하고 누가 끙끙 참았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사정이 비슷했다. 사실 삼성부터 NC, 두산 넥센의 상위권 팀들도 저마다 완전체 베스트 라인업과 마운드로 나선 기간을 손에 꼽을 정도로 주전들의 릴레이 펑크를 겪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의 순위표에는 주전의 강력함 못지않게 예비 자원의 저력, 팀이 위기관리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반영돼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펑크에 대처해 수적, 질적으로 우수한 대체자원을 개발하고 활용한 팀들이 상위권에서 버텼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더블헤더의 성패는 바로 어느 팀이 전력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선수층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팀이 더블헤더를 이길 수 있고, 바로 올해의 ‘강팀’들은 이 부분이 강한 팀들이다. 그래서 ‘강한 그들’에게 더욱 유리한 더블헤더가 펼쳐질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막상 더블헤더가 시작되면, 혼돈의 판세 정리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게 조심스런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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