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 그래도 가을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집안이 있다. 광주 호랑이들의 조용한 반란이다. 그 뒤에는 든든한 ‘두목 호랑이’ 김기태(46) KIA 타이거즈 감독이 있다.
이쯤 되면 나오는 ‘김기태 리더십’이다.
2년 전으로 거슬러 내려가 보자. 때는 2013년. 김 감독이 LG 트윈스의 지휘봉을 잡고 두 번째 시즌을 맞았을 즈음이다. LG는 2002년 이후 가을야구에 초대 받지 못한 10년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다.
↑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이 또 한 번 기적을 위해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LG를 바꾼 힘은 다른 것이 없었다. 선수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한 김 감독의 리더십 효과가 절대적이었다. 베테랑들을 존중했고, 젊은 선수들의 기를 죽이지 않았다. 그 중간에서 직접 나서 가교 역할을 했다. 코칭스태프도 하나가 됐다.
김 감독은 늘 말을 아꼈다. 팀이 졌을 땐 “내 탓이오”를 외쳤고, 팀이 이겼을 땐 “선수 덕, 코치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결과는 달콤했다.
2년 뒤 KIA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고향인 광주의 터가 편한 탓일까. 조금 더 적극적이고 조금 더 공격적이었다. 이 때문에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이슈를 일으키기도 했다.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를 선보이려다 제지를 당하기도 했고, 강한 어필을 위해 그라운드에 드러눕기도 했다. ‘눕기태’라는 별명을 얻어도 그저 웃어 넘겼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KIA를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에 꼽은 전문가는 없었다. 신생팀 kt 위즈를 제외한 최하위 예상 후보 팀이었다. 사실상 전력이 그랬다. KIA는 리빌딩이 필요한 팀이었고, 독이 든 성배였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연습경기 9전 전패 103실점을 기록한 팀이었다.
그러나 21일 현재 KIA는 54승53패를 기록하며 승률 5할(0.505)을 넘겼다. 올 시즌부터 시행되는 와일드카드를 쥘 수 있는 5위에 올라있다. 최근 2연승을 포함해 10경기에서 7승3패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김 감독은 붕괴 직전의 KIA를 변화시켰다. 올 시즌 목표였다. 성적이 아닌 선수들의 의식 변화. 그 작은 변화는 KIA를 탈바꿈시키고 있다. 서재응, 김병현 등 베테랑 선수들을 끌어안았고, 올 시즌 내내 비난의 대상이었던 나지완을 품었다. 젊은 선수들도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그 사이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로 거론되던 팀들이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올 시즌 최고의 이슈메이커였던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충격의 7연패에 빠졌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선수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려하던 체력적 한계가 현실이 된 것이다. KIA와는 2.5경기차로 벌어진 6위(53승57패).
삼성을 위협할 우승후보까지 거론됐던 SK 와이번스도 5연패의 수렁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2승8패에 불과하다. KIA와 3.5경기차인 7위(49승55패2무)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2년 연속 가을야구 축제를 즐기며 대권 도전을 외쳤던 LG는 날개 없이 추락해 9위(48승62패1무)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LG가 현실적으로 노렸던 자리는 지금 KIA가 위치한 5위다.
지난해 시즌 도중 LG를 갑자기 떠나 충격을 안겼던 김 감독. KIA의 파격적인 선택은 과연 ‘감독직을 다시 맡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
아직 정규시즌은 서른 경기 이상 남았다. 언제든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떠나 올 시즌 보여준 KIA의 행보는 미래에 대한 보험이다.
김기태 감독은 과연 ‘운장’일까. 아니 ‘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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