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2004 아테네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3·삼성생명 탁구단 여자팀 코치)이 13일 예상을 뒤엎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한국 최종후보로 선정됐다. 빼어난 외국어 능력이 호평받았는데 외국 탁구단 경력이 현역시절부터 합당한 조명을 받았다면 자연스러운 장점이라 화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유승민은 탁구국가대표로 올림픽·아시아경기대회·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포함 금2·은6·동7로 모두 15차례나 입상했다. 아테네올림픽 전에도 2002년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복식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도자로는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남자국가대표팀 코치를 거쳐 2014년 11월부터 현재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국가대표팀 성적에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유승민이 삼성생명 외에도 무려 5개국의 팀에서 선수생활을 한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쓰촨 성헤(중국)와 SVS 니더외스터라이히(오스트리아), GV 에네몽 TT(프랑스)와 Dr. 차슬 자그레브(크로아티아)를 거쳐 TTF 리프헤어 옥센하우젠(독일)에서 은퇴했으나 한국에서는 입단 때만 잠깐 주목했을 뿐이다.
유승민의 외국클럽경력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07-08 유럽탁구연맹(ETTU)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SVS 니더외스터라이히는 준우승만 4번 하다가 유승민과 함께 정상 등극의 기쁨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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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이 2007-08 ETTU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벨기에 샤를루아)=AFPBBNews=News1 |
그러나 2008년 ‘유승민 오스트리아 우승’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네이버’ 검색 한국 언론 기사 61건 중 이에 대한 내용은 없다. ‘유승민이 소속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끌었다’, ‘소속팀이 유승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참가를 국가대표팀에 요청하여 받아들여졌다’ 등 우승 전 시점의 내용이 포함된 국가대표팀 활약을 주제로 한 기사 3건이 있을 뿐이다.
ETTU 챔피언스리그에서 유승민의 활약은 프랑스 클럽에서도 계속됐다. GV 에네몽 TT는 유승민이 합류한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한다. 창단 후 처음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성과를 유승민이 오자마자 이룩한 것이다. 현지 언론은 ‘프랑스탁구리그 일인자이자 올림픽 챔피언’으로 유승민을 수식했다.
Dr. 차슬 자그레브는 2010·2011년 크로아티아탁구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2011년 ETTU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하자 2011-12시즌을 앞두고 야심 차게 영입한 선수가 바로 유승민이다. Dr. 차슬 자그레브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선수’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유승민은 IOC 선수위원 최종후보선정 면접에서 타 참가자를 압도하는 영어능력으로 전문 심사관의 고득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국가에서 외국인 선수로 단지 탁구만 하고 온 것이 아니라 언어를 익혀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쌓인 능력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은퇴 후 미국유학을 준비했으나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팀 코치 선임으로 무산됐다.
IOC 선수위원 투표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참가선수들이 총 20명의 후보를 놓고 진행한다. 유승민 등 IOC 회원국 체육위원회 추천자는 전화 인터뷰와 서류심사 등을 통하여 걸러지게
올림픽 금메달이 1개에 불과한 유승민이 20명 안에 들어 투표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역 시절 조국의 관심 밖에서도 묵묵히 타국에서 활동하며 자기계발까지 한 그라면 IOC의 전화면접에도 긴장하지 않고 할 말을 다하리라는 기대는 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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