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김상현(35·kt)은 올 시즌을 의미 있는 한 해로 만들어가고 있다. 97경기 타율 0.269 20홈런 60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820. 썩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많은 경기에 출장하고 있고 중심타선에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의미 있는 개인 기록도 달성했다. 지난 12일 수원 한화전서 상대 선발 송창식을 상대로 2회와 5회 연타석 홈런을 날려 시즌 20호 고지를 밟았다. KIA 소속이던 지난 2010년(21홈런) 이후 5시즌 만에 달성한 20호 홈런이었다. 그동안 KIA-SK를 거치면서 부진했기에 다시는 달성하지 못할 기록이 될 뻔 했다. 하지만 절치부심, ‘부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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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김상현이 12일 수원 한화전서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연타석 홈런으로 20호를 달성한 데 대해서도 “아홉수를 신경 썼다면 아마 홈런이 안 나왔을 텐데,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투수가 뭘 던질까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 편하게 했고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팀의 대패에 개인 기록은 가려졌다. 김상현은 홈런 2개를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으나 마운드가 일찍이 무너지며 4-13 크게 패했다. 김상현은 “요즘 영양가 없는 홈런이 많이 나오는데 좀 많이 아쉽다”면서 “그런데 내가 올해 찬스 때 많이 약하다 보니까 많이 밉보이고, 그런 경향이 있다”고 웃으며 애써 아쉬움을 달랬다.
김상현은 팀 내 홈런 1위, 타점 2위 등의 기록을 남겼지만 병살타 16개로 리그 1위라는 불명예 기록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득점권에서 많이 떨어지는 타율(0.228)도 아쉬움 투성이다. 김상현은 “아쉬운 점이 많다”며 “자꾸 내가 해결을 하려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상대 투수는 안 맞으려고 하는데 나는 치려고 하고 있고... 남들이 보기엔 참 바보같이 보일 것”이라고 자책을 하기도 했다.
20개의 홈런을 치고도 아쉬운 점이 더 먼저 떠오르는 김상현. 아쉬움은 또 있다. 홈과 원정에서의 성적 차이. 홈 50경기서 타율 0.306(186타수 57안타) 12홈런 33타점, 홈 팬들 앞에서는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보였다. 원정에서는 47경기 타율이 0.228(171타수 39안타)에 불과하다. “홈에서는 3할 정도 치고 원정 경기에서 많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모르겠다. 이상하게 홈경기 할 때는 자신감이 크다. 물론 원정에서도 그런 마음으로 하려고 하지만, 아쉬운 타구도 많이 있었고 실투도 많이 놓쳤다. 박자가 좀 안 맞는 것 같다. 원정에서 2할 7~8푼만 쳤어도 타율이 좀 더 올랐을 텐데...”
원정 성적의 아쉬움은 ‘인형’으로 달래본다. kt는 홈에서 홈런을 친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돌고 더그아웃으로 향할 때 구단 마스코트 인형을 나눠준다. 빅과 또리, 마스코트가 2개인 덕분에 홈런 하나 당 인형 2개씩을 받고 있다. 김상현은 홈에서 가장 많은 아치를 그리며 ‘인형도둑’이 됐다. “구단에서 자꾸 나한테 인형도둑이라고 한다. 홈경기에서만 홈런 치고 인형을 24개 가져갔다고.” 인형을 많이도 가져갔지만 주위서 부탁을 많이 받아 다 나눠준 참이다. 그래도 ‘욕심’은 이어진다. “홈에서 홈런을 더 많이 치면 좋겠다. 인형도 많이 가져갈수록 좋다”고 ‘홈런 욕심’과 동시에 ‘인형 욕심’도 드러내본다.
올 시즌 20개의 홈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개막전 홈런이다. 김상현은 롯데와의 개막전서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의 기억 역시 아쉬움이다. 팀이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기 때문. 우선 올 시즌 홈런 목표는 얼추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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