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골프장에서 주말 요금으로 변경됐다고 연락이 왔네요. 직장인이라 날짜를 옮길 수도 없고 정말 난감해요.”
14일 라운드를 계획했던 김기훈씨는 ‘멘붕’에 빠졌다. 정부가 지난 4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오는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이미 예약을 한 골프장이 금요일인 이날 요금제를 ‘주중’에서 ‘주말’ 요금으로 갑자기 변경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골프장에 이미 평일 요금제로 예약을 했기 때문에 갑자기 공휴일로 바뀌었다고 해도 소급적용을 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씨가 더 화가난 건 골프장측의 절충안. 처음에는 골프장이 완강하게 버티다 1인당 2만원씩 할인을 해주겠다며 절충안을 제시해 온 것이다.
갑작스런 ‘임시 공휴일’ 발표에 혼란에 빠진 골퍼는 김씨 뿐만이 아니다.
골프장 측에서 갑자기 요금제를 변경하면서 국내 최대 골프사이트인 XGOLF도 부랴부랴 안내문을 띄웠다. ‘14일 임시공휴일 안내’라는 배너에는 ‘기존 공지되었던 금액과 상이한 그린피가 책정될 수 있다. 정확한 그린피 문의는 골프장 예약실로 부탁 드린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종전 ‘평일 요금’으로 예약했던 골퍼들의 문의가 갑자기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비수기인데 골프장들 역시 황금 연휴기간을 놓칠 수 없다”며 “갑자기 주말 요금을 적용시키며 ‘임시 공휴일’ 발표 이전에 예약한 골퍼들에게까지 그린피 인상을 적용시키는 곳이 생기면서 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프장 업계의 분위기는 주말로 굳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주말 요금제를 적용하는 골프장들이 생각보다 많아졌다”고 말한 뒤 “골퍼들은 골퍼들 대로 혼란스럽고 골프장은 이미 예약한 골퍼들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8월은 비수기로 통하는데 이렇게 무리하게 주말 요금으로 갑자기 바꾸지 않아도 될텐데 아쉽다”고 전했다.
골퍼들 입장에서는 주중과 주말의 체감 부담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 보통 8월은 비수기다. 8월 주중 그린피는 다양한 할인을 통해 10만원 안팎이나 때로는 7~8만원으로 라운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말 요금으로 적용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통 주말 그린피는 20만원대 안팎. 적게는 5~6만원에서 많게는 1인당 10만원 가량 훌쩍 뛰어오른다. 4인 1팀으로 적용할 경우 40만원 가량을 더 내야 한다는 것. 주중이라면 18홀 라운드를 한번 더 할 수 있는 금액이다.
골프장의 입장에서는 반대로 호재다. ‘객단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골퍼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주중이 갑자기 공휴일이 되며 주말 요금으로 라운드를 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골프 관련 게시판에는 ‘14일 주중 요금 적용하는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한 골퍼는 “골프장에서 이날 주말 요금을 받는다고 해서 ‘8명 2팀 모두 취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니 ‘그럼 이 팀만 주중 요금제를 내고 소문은 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며 “그럼 14일 같은 골프장에서 10만원을 내고 치는 사람들과 20만원을 내고 치는 사람들이 섞이게 된다. 말이 안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아예 발표 시점인 4일 이전 예약자에 한해서는 원래 적용됐던 주중요금을 받고 이후 예약자에게는 주말 요금을 받는 것으로 논란을 피해가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 ‘주중 그린피 유지’를 하는 골프장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골프 여제’ 박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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