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115구째 공에 임훈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유희관(29·두산)은 펄쩍 뛰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더그아웃에 들어가서야 발목 통증이 느껴졌다. 투혼이었다.
유희관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 7피안타(1홈런) 4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9-1 승리를 이끌었다.
유희관은 지난 6일 팀 훈련에서 러닝 중 발목 부상을 당했다. 등판이 불투명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르는 방향으로 고려했다. 하지만 유희관의 출전 의지가 강했다.
경기 초반은 순항했다. 유희관은 4회까지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막아냈다. 하지만 1-0으로 앞선 5회초 양석환에 동점 솔로 홈런을 맞아 첫 실점했다.
6회초 삼자범퇴를 기록한 유희관은 시즌 14번째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이때까지 투구수는 총 101개. 발목 상태를 고려한다면 강판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7회 마운드에도 여전히 유희관이 있었다. 유희관은 경기 후 “발목이 안 좋다고 해서 아픈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운드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던지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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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투수 유희관이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 7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을 향해 뛰어들어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유희관의 역투에 팀 타선이 응답했다. 두산은 7회말 대거 8득점해 승기를 잡았다. 유희관은 시즌 15승(3패)째를 거둬 다승 1위를 유지했다. 2위 알프레도 피가로(삼성·13승)와는 2승 차.
승리에도 발목 상태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유희관은 경기 후 “던질 때는 통증을 못 느꼈는데 투구를 마치고 나서는 (통증이) 느껴졌다. 발목 관리를 잘 하면서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욕심 같아서는 로테이션을 거르고 싶지 않다. 다른 동료들도 아픈 것을 참고 뛴다”고 향후 등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유희관의 역투에 대기록도 다가왔다. 두산 좌완투수 한 시즌 최다승인 17승(게리 레스·2004년)에 한 발짝 다가섰다. 21세기 첫 토종 ‘20승’도 노려 볼만 하다. 지난해 앤디 밴헤켄(넥센)이 20승을 거뒀지만, 토종 투수로는 정민태(현대·1999년)가 마지막 20승 투수다. 선발승으로만 좁히면 현 두산 2군 투수코치인 이상훈(LG·1995년)까지 올라간다.
올 시즌 현재 진행형인 기록도 있다. 유희관은 전날 승리로 올해 잠실구장 11연승, 홈경기 10연승, 일요일 경기 5연승을 달리고
기록의 주인공인 유희관은 겸손했다. 유희관은 “내가 잘했기 보다는 타자들이 잘 쳐서 승리했다. 큰 욕심보다 팀 토종 좌완 최다승을 이어가면서 다른 기록들도 따라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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