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지바) 김원익 기자] “투수의 입장에서는 짜증나고 까다로운 타자다. 정말 무서운 타자인 것 같다.”
마운드에서 직접 이대호(33, 소프트뱅크)를 겪은 이대은(26, 지바롯데)의 솔직한 평이다. ‘한 방’ 능력이 있는데다 좀처럼 약점도 보이지 않는 훌륭한 타자라는 것이 ‘투수’ 이대은이 체감한 ‘타자’ 이대호에 대한 느낌이었다.
일본 퍼시픽리그에서 나란히 뛰고 있는 이대호와 이대은의 올해 활약상은 눈부시다. 먼저 일본 진출 4년차의 선배 이대호는 타율 3할9리 21홈런 65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뛰다 올해 일본 첫해를 보내고 있는 이대은은 9승2패3홀드 평균자책점 3.29의 성적을 내고 있다.
리그에서도 돋보이는 기록들이다. 이대은의 9승은 퍼시픽리그 부문 공동 2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84이닝을 던져 아직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곧 기준을 충족시키면 평균자책점도 리그 10위권 내 진입이 가능한 성적이다. 특히 이대은은 계투 포함 최근 26이닝 연속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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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대호(좌)와 이대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日 지바)=김영구 기자 |
두 사람은 한 차례 맞대결을 가졌다. 지난달 7월 11일 일본 지바현 QVC 마린필드에서 열린 두 팀간의 맞대결 8회. 해당 경기 전까지 4경기 연속 안타와 3경기 연속 타점으로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었던 이대호와 불펜에서 연일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있던 이대은과의 만남이었다.
첫 맞상대는 11구까지 가는 혈투였다.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이대호는 이대은과의 승부서 풀카운트 승부에서 10구째 153㎞ 강속구로 파울을 때렸지만 11구째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해 돌아섰다.
판정승을 거뒀지만 그 때 받은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있는 이대은이었다. 더해 같은 리그에 속해 있는 상대 팀의 입장에서 더 가까이 이대호를 지켜본 이대은은 ‘타자 이대호’에 대한 높은 평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대은의 설명대로 올해 이대호는 타율 6위, 홈런 공동 4위, 타점 5위의 균형잡힌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3할9푼6리(5위)의 출루율과 5할6푼4리의 장타율(3위) 모두 리그 최고 수준. OPS도 0.960으로 퍼시픽리그 3위이자 양 리그 통합 5위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야말로 투수의 입장에서는 정말 까다로운 타자인 셈이다.
그래서 이대은은 “그러니까 정말 무서운 타자다. 특히 지금 감이 좋은 것 같은데 소프트뱅크와 경기에 선발로 안 나와서 다행”이라며 거듭 선배이자 상대해야 할 ‘타자’ 이대호에 대한 경외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대호는 투수 이대은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앞서 맞대결 직후 이대호는 “최선을 다해서 상대했다. (이)대은이가 잘 던졌다. 포크볼을 기다렸으면 볼이었는데, 포크볼도 빨라 내가 당했다
8일 경기를 앞두고서도 이대은에게 “요즘 볼이 좋은 것 같다. 지금 정말 잘하고 있으니 부상 당하지 않고 지금 처럼만 시즌 끝까지 잘 마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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