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열흘이 갓 지났다. 아직 뭐라 단정 짓기는 이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후임자의 임팩트가 강렬하다. 전임자에 비해 훨씬 더.
이쯤 되면 성공적인 교체다. 잘 바꿨다. 필립 험버가 KBO리그 데뷔 후 72일(11경기) 만에 올렸던 승수를 ‘대타’ 에반 믹은 8일(4경기) 만에 채웠다. 초스피드다. 험버 때문에 골치 아팠던 스트레스도 금방 사라졌다.
기막힌 반전이다. 반전을 꾀한 카드였지만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을까. KIA가 에반의 영입을 발표한 게 지난 7월 20일. 열흘여 만에 에반은 KIA의 주요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있는 둥 마는 둥 큰 보탬이 안 됐던 험버와 다르다.
↑ 에반 믹(사진)은 필립 험버의 대체 선수로 KIA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예상 외로 그는 빠르게 적응하더니 벌써 험버의 발자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평균자책점 2.16에 3승을 쓸어담았다. 그가 등판할 때마다 기적 같은 뒤집기 쇼가 펼쳐졌다. 마치 에반이 행운의 부적 같다. 공교롭게 그가 출장한 4경기에서 KIA는 모두 승리했다. KIA의 후반기 7승(3패) 가운데 절반 이상을 책임진 셈이다. 후반기 팀 내 최다승이다.
5승을 에반과 김광수가 책임졌다(남은 2승은 양현종과 조쉬 스틴슨이 각각 올렸다). 그만큼 KIA가 후반기 들어 끝내주는 팀이 되면서 불펜의 역할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 중심에 에반이 버티고 있었다.
험버와 같은 3승이다. 하지만 전해지는 파급력은 전혀 다르다. 미친 존재감이다. 있는 둥 마는 둥이 아니다. 안 될 것 같던 KIA에 귀신같은 5할 본능을 살아나게 만들었다. 뒤늦게 폭발할 수 있도록 버텨줬기에 가능했다. KIA는 어느새 싹쓸이를 하더니 4연승까지 내달렸다. 거침이 없다. 5위 한화와 승차는 2.5경기까지 좁혔다. ‘언빌리버블’이다.
속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7월은 ‘대박’이다. 그리고 ‘불펜’ 에반 카드도 ‘중박 이상’이다. 이제 카드는 버전이 업그레이드된다. 계획대로 에반은 선발투수
‘선발’ 에반 카드마저 성공한다면, KIA는 진짜 복덩어리가 왔다며 기뻐할 것이다. 험버로 인한 마음고생과 상처도 치유되면서.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 기막힌 반전을. 11일간의 ‘엄청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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