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I need a hero!”
kt 위즈의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32)는 수원을 뜨겁게 달구는 응원 소리에 언제나 반응한다. 두 차례 부상 공백이 있었지만, 공백기의 아쉬움을 잊게 하는 활약으로 팀의 상승세를 만들고 있다. 장외 타격왕 자리에도 올라있다. 여기에 깔끔한 3루 수비까지, 팀 내 활약은 단연 최고.
팀이 중요한 순간에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와 구해줄 것만 같은 진짜 히어로 마르테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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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는 마르테, 그의 소망인 탈꼴찌는 이루어질까. 사진=강윤지 기자 |
마르테는 시즌 59경기서 타율 0.369 9홈런 48타점 장타율 0.607 출루율 0.427 OPS 1.034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을 ‘뻥뻥 날리는’ 유형은 아니지만 정확한 타격으로 팀이 필요로 할 때 해결사 역할을 한다. 부상으로 빠진 경기가 많았어도 팀 내 타점 2위다. 6월부터는 댄 블랙과 함께 ‘마블듀오’의 강력한 힘을 보여줬고, 이는 kt 상승세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마르테는 전반기 성적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면서 “다만 부상 때문에 한 달 반 정도 빠졌던 것이 아쉽다. 또, 지금 파워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홈런 이야기가 나오자 팀에서 친한 동료 박경수(12홈런)보다 홈런이 적다며 잠시 의식을 하기도.
히어로의 탄생. 훈련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마르테는 스프링캠프부터 야구 인생 통틀어 가장 많은 양의 훈련을 소화했다. 하지만 불평 않고 모든 훈련에 참여했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도 묵묵히 훈련에 임한다. 마르테는 “예전에는 보통 4~5월 타율이 낮았는데 올해는 초반부터 꾸준히 3할 이상을 치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 많은 훈련이 도움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이렇게 잘하고 있는 마르테가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신경 쓰는 것은 또 있다. ‘승리 징크스’를 만들기 위해 사소한 일까지 모두 기억하는 것. 마르테는 “징크스를 많이 만드는 편이다. 오늘 잘하면 다음날 모든 것을 똑같이 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오늘 가방에서 배트를 꺼낼 때 오른손으로 들었다면 내일도 꼭 오른손을 사용해야만 한다. 더그아웃에서도 전날과 같은 자리에 앉는다. 마르테는 “모든 것을 다 기억해서 똑같이 하고 있다”고 웃었다.
‘두뇌 풀가동’에 드는 에너지도 상당할 테지만 마르테는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오늘도, 또 내일도 배트 집는 손에 ‘집착’한다. 팀의 탈꼴찌를 이끌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마르테는 “후반기 개인적인 목표는 없고, 그냥 팀이 꼴찌를 안 했으면 좋겠다. 꼴찌 하는 게 싫다”면서 9위 LG와의 승차를 따져본다. 10위 kt와 9위 LG와의 승차는 딱 10. 마르테는 “지금 60경기 정도 남아있다”며 ‘탈꼴찌’에 의욕을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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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생팀의 첫 외국인 선수. 마르테는 팀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마르테는 신생팀 kt 위즈와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하며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에이전트와 이야기한 것도 ‘신생팀’과 관련된 것이었다. 내가 첫 번째 외국인 선수고, 그렇기에 팀의 역사로 남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그의 생각처럼 마르테는 kt의 첫 번째 외국인 선수로 팀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또 많은 유망주들과 함께 하는 팀 생활도 즐겁다. “캠프 때도 어린 선수들이 야구에 대한 것들을 많이 물어보더라. 나도 그런 부분에서 많이 도와주고 해서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보는 것도 즐겁다.”
그러면서 기대되는 선수로 엄상백(19)과 심우준(20)을 꼽는다. 마르테는 “투수 중에는 선발로 나오는 ‘스키니 가이’(엄상백)가 기대된다. 야수 중에서는 ‘24번 유격수’(심우준)가 항상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는데 그런 자세가 뛰어나다”고 두 선수를 콕 찍었다.
마르테는 이제 ‘팀의 일원’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은 언제나 마르테를 기분 좋게 한다. 얼마 전 치른 첫째 아들 안드리와 둘째 아리안의 생일파티도 동료들이 함께했다. 마르테는 “다들 함께해줘서 좋았다. 모두가 잘해주고 고향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만들어준다”며 “동료들이 장난치고 하니까 같이 맞춰서 나도 장난을 친다. 미국에 있을 때보다 여기서 더 많이 하고 있다.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마르테와 특히 친한 선수는 동갑내기 이대형(33), 박경수(32)다. 마르테는 스프링캠프서부터 이대형을 ‘소닉’이라 부르며 붙어 다녔다. 박경수는 마르테에게 ‘거친 언어’들을 가르쳐주는 장본인이다. 그 덕분(?)에 마르테가 구사할 수 있는 한국어 중 비속어를 빼면 남는 것이 얼마 없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자신의 현 상태를 나타내는 ‘대머리’ 정도다.
▲재미있는 한국야구, “내년에도 불러주면 무조건”
한국야구, 그리고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마르테는 “미국보다 더 재밌다. 여기가 경쟁도 좀 더 치열하고, 0-10으로 지고 있어도 팬들이 계속 응원해준다. 그러니 공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게 된다. 팬들 반응이 미국보다 훨씬 많아서 더 좋다”고 말한다. 마르테에게 본인의 응원가를 알고 있는지 묻자, “알고 있다”는 답이 나왔다. 이번에는 가창을 부탁해봤다. “I need a hero~ kt 위즈의 마르테 마르테 오오~” 응원가도 타격처럼 시원하게 나온다.
수원역 근처를 배회하기 좋아하며 갈비를 잘 먹는 마르테만큼이나 가족들의 한국 생활 만족도도 높다. 마르테는 현재 부인과 처형, 두 아들과 함께
마르테는 “내년에도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면서 옆에 있던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담당 이충무 차장의 반응을 살핀다. 이내 “이충무 차장에게 달려있다. 불러만 준다면 무조건 오겠다”면서 어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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