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포수 이지영(29)은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 ‘삼성의 포수’라는 자부심과 그 자격을 갖추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채찍질. 그리고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 묵묵한 희생을 택한 엄마의 품같은 안방마님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지영은 올해 출전 비중이 예년에 비해 매우 늘었다. 진갑용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빠져 있는 가운데 계속해서 선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성적도 준수하다. 68경기에 나서 타율 3할9리 59안타 1홈런 26타점을 기록하며 하위 타순에서 쏠쏠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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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K스포츠 DB |
올해 거듭된 성장에 대해 이지영에게 묻자 “나는 포수이고 8번타자의 역할만 해내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지영은 “올해 김한수 타격코치와 상의를 해서 타격을 할 때 왼쪽 발이 바깥쪽으로 나가면서 치는 타격폼을 수정했다. 발 뒤쪽에 중심을 남겨두면서 치고 있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격폼의 수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 이지영은 “지난해는 장타도 많이 치려는 욕심이 있어서 스윙도 크게 했고 삼진을 당하면 안된다는 스트레스가 많다보니 그것을 의식하다 오히려 좋지 않은 성적이 나왔다”면서 “올해는 ‘그냥 내 본업이 포수고, 나는 어차피 8번타자’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정확성 있는 타격을 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필요한 순간에는 번트도 열심히 대고 최대한 많이 살아나가서 상위타순에 찬스를 연결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한 가지 기록이 더 있다. 바로 희생번트. 이지영은 올해 14개의 희생번트로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다. ‘번트의 달인’으로 불리는 조동화(SK, 16개)과 함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사뭇 신기한 부분.
이지영은 “그냥 하도 많이 대다 보니까 잘하게 됐다”며 쑥스럽게 웃더니 “아무래도 포수다 보니까 번트를 유도하는 상황에서 어떤 코스에 어떤 구질이 들어올지 더 잘 알고 있어서 미리 대비를 하고 준비를 많이 한다”며 번트를 잘 치고 있는 비결을 밝혔다. 한 가지 더 있다. 이지영은 “번트를 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마음이 편안하다. 아무래도 올해 그런 상황에 대해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다. 벤치에서 지시가 나와도 기분이 나쁘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고 맡은 역할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잘하고 싶은 욕심과 부담감이 그간 이지영을 눌렀다면 올해는 많은 것들을 오히려 내려놓자 더욱 플레이는 좋아졌다. 그럼에도 아직 이지영은 엄격한 자기반성을 놓지 않았다. 독보적인 도루저지율 1위 순항에 대해서는 “지난해도 시즌 초반에는 좋았다. 시즌이 지나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다른 경쟁 포수들의 경우에도 좋은 기록을 내다가 시즌이 진행될수록 떨어졌는데 나도 시즌 처음부터 풀타임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이른 축배를 경계했다.
하지만 지난겨울 정확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수많은 연습과 남모를 묵묵한 땀을 흘린 이지영이었다.
또 하나 이지영이 늘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하며 완벽한 삼성의 안방마님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에 고개를 저었다. 이지영은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지는 않다”면서 “삼성의 포수에 대해서 외부에서 바라보는 ‘완벽한 포수’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걸 온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그걸 채우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
포수는 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운 자리다. 올해 묵묵한 헌신과 희생으로 삼성의 소금이 되고 있는 이지영 스스로도 그랬다. 자신이 빛나기 보다는 팀에 어울리는 포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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