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전통적으로 스포츠인들은 경기 중에 발생하는 돌발변수가 팀간 유불리를 발생시키더라도 경기 속에서 감수하는 마음가짐을 가르치고 배워왔다. 서로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말을 나누면서.
그러나 ‘보는 스포츠’가 잇달아 비디오 판독을 이용하는 ‘합의판정’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제 그라운드는 중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선언했음을 깨달아야 한다. 오심을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 ‘잘못된 것’으로 인정하면서 스포츠는 공정한 경기, 정정당당한 승부에 대한 팬들의 엄격한 눈높이에 응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그라운드의 모든 구성원들은 ‘페어플레이’와 깨끗한 승부에 대한 더 깐깐한 기준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화질 TV와 SNS로 무장한 팬들은 세밀하게 돌려보고 열정적으로 토론한다. 더 적극적으로 순수하고, 더 능동적으로 정정당당한 스포츠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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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대구경기에서 김광현의 빈글러브 태그에 의한 오심 판정은 안타까운 논란으로 남게 됐다. 사진=해당중계영상 캡처 |
0-0에서 홈 쇄도 주자를 잡아내며 이닝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운 ‘페이크 플레이’의 과중한 결과가 반감을 불렀다. 수비 동작의 연속성과 유리한 오심에 자백하기 힘든 상황이 팀 스포츠의 특성상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 그러나 요즘의 ‘보는 스포츠’에서 팬들은 전혀 공정하지 않은 장면을 그저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시보기’가 위력을 보인 사례는 한달반 전에도 있었다.
지난 5월27일 창원 두산-NC전의 벤치클리어링 당시 그라운드로 공을 던졌다며 현장에서 퇴장당한 선수는 두산 장민석이었지만, ‘다시보기’가 말하는 진실은 달랐고, 하룻밤 뜨거운 논란이 벌어진 끝에 민병헌의 양심선언, 벤치의 자기반성이 ‘팬心’의 심판을 받아야 했다.
예전에도 페어플레이는 늘 박수를 받았다. 갸웃하는 주심에게 투구를 몸에 맞지 않았다고 확인해주는 타자나 공이 바운드된 뒤 잡았다고 바로 인정해주는 야수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오래오래 그라운드 위 더 일반적인 플레이는 유리한 판정을 끌어내고 실수를 순간적으로 덮는 응용력이었고, 이 부분에서 그라운드는 아직 더 따라잡아야 할 팬들의 눈높이와의 간격이 있는 듯하다.
스탠드가 즐겁게 응원할 수 있는 ‘페이크플레이’는 이미 잡을 수 없는 안타성 타구를 여유롭게 기다리는 모습으로 주자의 뜀뛰기를 늦추는 외야수의 ‘꾀돌이’ 모션 정도일 것이다. 동점 승부, 득점 상황의 결과를 뒤바꾸는 ‘대형사고’는 보기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공정한 승부의 배반감을 맛보기 위해 스포츠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아니
이제 경기가 끝나면 ‘넘어갈 수 있는’ 실수가 적다. 당장 그 순간을 넘기더라도, 현장에서 문제가 되지 않아도, 세밀하게 파헤쳐지고 두고두고 기억된다.
순간의 판단이 부를 가혹한 결과의 무게. 그라운드위 선수들과 벤치, 심판들이 기억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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