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내 뒤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기대가 된다. 공격적으로 피해가지 않는 투구를 하겠다.”
두산 베어스의 좌완투수 이현승은 올해 유독 더 안정을 찾지 못했던 두산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됐다. 오현택과 함께 역할을 나눠 맡을 계획이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이현승이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역시 “상황에 따라 두 선수가 서로 다른 상황에 나올 수는 있지만 이현승이 마무리에 더욱 가까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MK스포츠 DB |
지난달 30일 만난 이현승은 “마무리투수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직 나갈 계기가 없었다. 기대가 된다. 마무리 상황에 나가면 어떨까 싶은데 아직 피부로 와닿지는 않는다”고 했다.
부상 복귀 후 불펜투수로 9경기에 나서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상황은 바뀌지만 구원 보직 자체가 낯설지는 않다.
선발에 대한 아쉬움은 털어냈다. 이현승은 “지금 선발투수들의 모습을 보면 올해는 중간에서 뛰어야 할 것 같다”면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이없는 부상으로 다치고 나서 2군에서 자책도 많이 했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내가 선발로 뛰었다면 지금 이런 기회가 왔을까도 싶다”며 현재를 기회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현승은 “물론 부담도 되지만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잘해서 내 자리를 뺏기지 않는 그런 투구를 하고 싶다. 내 야구 커리어에서 플러스 알파가 될 수 있는 또 좋은 계기인 것 같다”고도 했다.
이현승은 공이 빠르지 않은 투수다. 스스로 내세울 수 있는 강점에 대해서는 “피하지 않는 것이 내 장점이다. 심리적으로 흔들려서 볼넷을 내주는 경우는 없다. 심리적인 면에서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기 때문에 맞춰잡는 투구를 해야 하는 건 아쉬운 부분일 수 있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약점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현승이 ‘마무리’로 사는 법은 무엇일까. 이현승은 “최대한 공격적인 투구를 해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는 것”이라며 “공격적으로 던져서 투구수를 줄여 효율적인 투구를 하도록 만들겠다. 상대가 의도하지 않은 볼카운트에서 치도록 하는 타이밍을 뺏는 투구를 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자신했다.
실제로 KBO리그에는 여러 유형의 마무리 투수들이 있었다. 140km 내외의 구속이 강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좌완으로서 정교한 제구력과 여러 변화구들을 두루 활용한다면 충분히 마무리로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누군가 해야 하는 자리. 그렇지만 부담보다는 즐기고 기대하는 마음이 더 크다. 이현승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대감이 더 크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도 경험해봤던 마무리 상황이지만 완전하게 역할을 맡아서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현승은 “간떨리겠지만 재밌을 것도 같다. 내 뒤에 아무도 없다는 느낌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했다. 적어도 이 베테랑 투수에게는 마무리를 맡는 것에 대한 떨림은 없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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