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디트로이트) 김재호 특파원] 부진한 성적은 갈등을 부르는 법이다.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 우승팀 LA에인절스가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FOX스포츠’의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제리 디포토 단장과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FOX스포츠’에 따르면, 단장과 감독의 경기 운영 철학의 차이가 지금의 갈등을 불러왔다.
↑ 제리 디포토 단장(왼쪽)과 마이크 소시아 감독(오른쪽)의 갈등이 3년 만에 다시 터졌다. 사진=ⓒAFPBBNews = News1 |
이를 잘 받아들인 팀 중 하나가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다. 이들은 지난 29일 경기까지 무려 939회의 수비 시프트를 실행하는 등 매트릭스에 충실한 경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노장 감독이 팀을 이끄는 경우에는 불협화음이 나는 경우가 있다. 소시아가 16시즌 째 팀을 이끌고 있는 에인절스가 그렇다.
지난해 서부 우승팀인 에인절스는 같은 기간 212회의 시프트에 그치며 휴스턴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성적도 차이가 난다. 30일까지 휴스턴이 45승 34패, 에인절스는 이에 4경기 뒤진 40승 37패를 기록하고 있다.
기대는 크지만, 결과는 이에 못 미친다. 자연스럽게 내부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디포토 단장은 소시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프런트 오피스의 정보를 외면하는 것에 불만을 품었다. 그는 이들이 지나치게 직감에 의존해 경기를 풀어가고 있으며, 선수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생각했다.
디포토는 지난 27일 코칭스태프와 가진 미팅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틀 뒤에는 행동에 나섰다. 코칭스태프, 선수단 전체와 가진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프런트 오피스가 만든 정보를 직접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것.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선수들에게 맡기겠다고 했지만,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명백한 월권행위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노장 선수인 알버트 푸홀스가 들고 일어났다. 그는 ‘코치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우리 팀이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은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약해진 결과’라며 단장에게 직접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에인절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주전 2루수 하위 켄드릭을 LA다저스로 트레이드하면서 그 대가로 좌완 유망주 앤드류 히니를 데려왔다. 조시 해밀턴은 약물 중독 논란 끝에 텍사스로 떠났다. 새로 합류한 맷 조이스는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리그 최고의 타자인 푸홀스와 마이크 트라웃을 보유하고도 에인절스의 공격이 헤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 것에는 선수 영입을 관리하는 단장의 책임도 있다. 단장이 자신의 의견을 외면하는 코칭스태프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도 썩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니다.
둘은 지난 2012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갈등을 일으켰다. 여기에 디포토가 소시아의 친구인 미키 해처 타격코치를 경질하면서 갈등은 악화됐다.
당시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둘의 관계를 봉합했다. 그리고 둘은 2014년 팀을 서부 지구 1위로 이끌었다.
지구 우승으로 봉합됐지만,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다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도 3년 전처럼 구단주가 중재에 나설지는 확실하지 않다. 소시아는 지난 2009년 1월 에인절스와 10년 계약을 맺으면서 2015시즌 이후 팀을 떠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을 삽입했다.
‘FOX스포츠’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등 다가오는 오프시즌 새 감독을 구하는 팀이 많을 것임을 밝히면서 소시아가 에인절스를 떠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일단은 2015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인절스는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는 팀이다. 비오고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지금의 갈등이 새로운 발전의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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