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는 더 이상 도핑 청정구역이 아니다. 담장을 보수공사하며 각별히 주의하나 구멍은 또 뚫렸다. 최진행(한화)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 이용찬(두산)의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 이후 1년도 채 안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부정방지(승부조작 및 불법도박)와 함께 반도핑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부터 도핑 제재도 한층 강화했다.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는 금지약물(근육 강화제)을 복용해 1회 적발될 경우, 징계 수위가 10경기에서 30경기로 늘었다.
채찍만 더 든다고 조심하는 건 아니다. ‘금지약물을 복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인식은 끊임없이 심어주고 있다. 해마다 3차례 가량 도핑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신인선수(1월)는 물론 기존 선수(3월), 그리고 트레이너(3월)까지 정규시즌을 앞두고 KBO 주관 아래 도핑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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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의 최진행은 금지약물 복용으로 도핑테스트에서 양선 반응이 나와, 3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진=MK스포츠 DB |
게다가 교육만 한다고 반도핑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진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를 받아들이는 선수의 태도,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지가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약물 복용은 선수가 ‘자발적 행동’에 의해 한다. 트레이너에 문의해 금지약물 성분이 포함됐는지를 확인한 뒤 섭취한다. 하지만 그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마음껏 복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누구도 모른다. 선수만이 알 뿐이다.
최진행 역시 트레이너와 상의없이 자발적 판단 아래 지인이 준 ‘선물’을 입에 넣었다. 성분 표시에 따로 금지약물이 적혀있지 않았다는 이유인데, 매우 ‘무지’하고 ‘무책임’하며 ‘무신경’한 자세다. 그가 트레이너에 물어봤을 때는 이미 3~5번 가량 복용한 뒤였다.
한화가 도핑 교육에 소홀했는가. 그렇다고 완전 손을 놓지는 않았다. 올해만 해도 지난 1월 스프링캠프 직전과 지난 3월 정규시즌 직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시즌 중에도 약물 복용 관련 트레이너와 상의할 것을 상기시켰다. 그럼에도 잘못된 일이 발생했다.
금지약물 관련 제품은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관련 검색어만 입력해도 전 세계의 온라인쇼핑몰에서 구입 가능하다.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환경에서 위기의식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단순히 선수의 무지와 무신경 탓으로 돌릴 수 없다. 무덤덤한 건 다른 쪽도 다르지 않다. 한화도 최진행에게 “더 이상 해당 제품을 섭취하지 말라”는 말을 한 게 다였다. 곧바로 실행된 추가 조치는 없었다.
한화만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다른 9개 구단도 크게 다를 게 없다. 한화는 그저 이 판을 들춰보는 작은 거울일 뿐이다. 그 때문에 한 야구 관계자는 이번 일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부주의로 금지약물을 주변에서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식 부족 속에 선수-구단-KBO간의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다. 보다 신중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했다.
한편, 한화는 이번 일을 계기로 반도핑과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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