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미얀마가 꺼낼 카드는 뻔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였다. 미얀마는 수비를 겹겹이 쌓으며 뒷문을 걸어 잠갔다. 관건은 한국이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느냐 였다.
지독한 불운이 따를 수 있다. 과거에도 그랬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었다. 그런 악재를 이겨내고 ‘승리’를 거머쥐어야 했다. 그게 한국의 실력이었다.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미얀마의 굳게 잠긴 골문을 열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지난 11일 UAE를 압도했던 멤버들이 축을 이뤘다. 이정협(상주 상무),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를 제외하고 베스트11의 아홉 자리가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얀마의 밀집수비를 허무는데 애를 먹었다. 한국의 공격은 활기차지 않았다. 곳곳에 위치한 미얀마 수비에 패스는 자주 끊겼다.
혹시나 했던 불운도 역시나 따랐다. 전반 7분 염기훈(수원 삼성)의 슈팅이 오른 골포스트를 강타하더니 5분 뒤 손흥민(레버쿠젠)이 김창수의 크로스를 발리 슈팅으로 연결한 건 골 라인 앞에 서있던 수비수에 막혔다.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월드컵 예선은 누구와 붙든 힘들었다. 특히, 지난 11일부터 시작한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은 초반부터 이변지수가 상당히 높았다. 예전보다 훨씬 더.
일본이 싱가포르와 충격적인 무승부를 거뒀으며, 카타르와 UAE는 진땀승을 거뒀다. 우즈베키스탄도 평양에서 북한에게 4실점하며 무릎을 꿇었다. 일방적인 기울임이 없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승점 3점을 땄으나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의 남은 7경기는 미얀마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항상 그래왔다. G조에 속한 쿠웨이트, 레바논, 미얀마, 라오스가 한국을 상대로 ‘맞불’을 놓을 일은 없다. 결국, 한국은 매 경기 밀집수비를 상대해야 하며, 그걸 뚫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점에서 미얀마전은 첫 시험이었다. 이재성(전북 현대)과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결과(승점 3점)를 가져갔지만, 마냥 기뻐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2-0의 스코어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그 2골도 미얀마 골키퍼의 실수 덕을 봤다.
내용 또한 과제를 많이 남겼다. 세트피스로 밀집수비를 무너뜨렸으나 패스 연계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손흥민의 추가골 이후 공격이 좀 더 활기를 띄긴 했으나 마무리는 깔끔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얀마의 공격
정예 멤버는 아니었다. 그러나 정상 멤버였다. 쉽지 않은 첫 걸음을 뗐다. 이겼지만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려웠다. 월드컵 예선이 쉽지 않다는 걸, 그 경각심을 일으킨 한판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대로 더욱 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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