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선수들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LG 트윈스의 한 중고참 선수의 말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었다. 지난 15일 코칭스태프 개편 이후 LG 선수들의 마음은 편할 수 없었다. 이 선수는 16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코치님들만 내려가셔서…”라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양상문 LG 감독도 이례적인 선수단 미팅을 통해 “감독이 가장 하기 싫은 게 스태프를 바꾸는 것이다. 한 번 만들어 보기 위해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 감독은 “더 이상 떨어지면 안 된다는 판단에 일요일 경기 이후 어렵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 LG 황목치승이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5회초 1사. KIA 강한울의 타구를 잡았다 놓치고 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효과와 역효과, 두 가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LG는 코칭스태프 개편 후 첫 경기서 후자에 가까웠다. 타격은 큰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수비가 급격히 무너지며 자멸했다. 3-4 패배. 어이없는 실책이 4개나 쏟아졌다.
LG는 0-0인 2회초 1사 1루서 선발투수 류제국이 최용규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가볍게 병살로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류제국의 2루 송구가 크게 벗어났다. 중견수 문선재는 3루까지 뛰는 이범호를 잡기 위해 송구를 했으나 땅볼. 가까스로 2루까지 노린 최용규를 태그아웃시켰다. 이어 김호령의 3루수 땅볼도 양석환이 어려운 동작으로 잡아낸 뒤 어이없는 송구 미스로 선취점을 내줬다. 내야안타로 기록됐으나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아낼 수 있는 두 차례 수비였다.
이어진 3회초에도 실책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2사 2루서 류제국의 2루 견제가 또 빗나가며 주자를 3루까지 보냈고, 나지완의 적시 2루타에 추가 실점했다. 흔들린 류제국은 김원섭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범호에게 적시 2루타를 다시 맞아 0-3으로 뒤졌다.
5회초에도 네 번째 실책이 나왔다. 안정을 찾은 류제국은 1사 후 강한울을 평범한 2루 땅볼로 유도했다. 그러나 2루수 황목치승이 타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흘렸다. 브랫 필을 병살로 막아내 추가 실점은 없었으나 찜찜한 수비였다. 박종호 수비코치는 1군 경기 첫 날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만 했다.
반전을 꿈꿨던 타격도 달라지지 않았다. 서용빈 타격코치는 경기 전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지도하며 분위기 쇄신을 노렸다. 그러나 8안타를 기록하고도 홈런 한 방에 3점 소득을 제외하면 수차례 득점 기회를 날렸다.
LG 타선은 좌완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1, 2회 연속 삼자범퇴로 물러난 뒤 3회말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문선재의 병살에 이어 박용택의 초구 좌익수 플라이로 기회는 무산됐다. 4회 1사 1-2루, 5회 2사 1-3루 찬스도 허무하게 날렸다. 8, 9회에도 주자를 내보내고 소득은 없었다.
양현종을 공략하지 못하던 LG는 0-4인 7회말 2사 1-2루 찬스서 박용택이 바뀐 투수 김병현을 상대로 3점 홈런을 때려냈으나 뒤늦은 추격전이었다. 서용빈 타격코치도 영봉패를 막은 박용택의 홈런 한 방에 위로를 받았지만, 웃지 못한 첫 날이었다.
류제국은 6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탈삼진 4실점(3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4패(3승)째를 당했다. 류제국은 스스로 실책 2개를 저질렀고, 폭투로 쐐기 실점까지 하면서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경기 결과였다.
LG는 코칭스태프 개편에도 3연패에 빠지며 37패(27승1무)째를 당했다. 올 시즌 처음 승패차 –10까지 추락, 5위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도 8경기까지 벌어졌다.
↑ LG 류제국이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15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3회초 2사 2루. 2루에 던진 견제구가 뒤로 빠지자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