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태극낭자의 완패였다. 제대로 힘 한 번 못 써보고 졌다. 실수가 곧 실점으로 연결됐으니 그 과정만 놓고 보면 자멸이었다. 충격이 컸다.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세계 톱클래스와 실력 차이를 실감했다.
윤덕여 감독은 의기소침을 걱정했다. 혹여 큰 무대에서 큰 실수로 큰 상처를 입을까 걱정스런 눈빛을 보였다. 지난해 9월 29일 인천아시안게임 준결승 북한전 패배 직후 제자들의 뜨거운 눈물에 말문을 제대로 잇지 못하던 ‘아버지’는 그 날이 떠올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아쉬움을 무언가로 털어내고 싶어했다. 아시아경기대회 동메달이거나 여자월드컵 첫 승이거나. 그리고 그 무언가를 향한 목표의식은 더욱 뚜렷하고 강해졌다. 투지를 더욱 키운 셈이다. 높은 현실의 벽을 깨고 넘고 싶은 ‘순수한 욕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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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세판 중 한판이 끝났다. 더 즐길 수 있는 두 판이 남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가운데 가장 큰 이변은 5위의 스웨덴이 2골 차 리드를 못 지키고 33위의 나이지리아와 3-3으로 비긴 것이다. 그런데 나이지리아는 1991년 대회부터 빠짐없이 세계무대에 노크한 아프리카의 최강이다. 그 외에 깜짝 놀랄 경기는 없었다. 독일, 미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등 이길 팀은 다 이겼다.
브라질은 태극낭자에게도 큰 짐이었다. ‘한 번 해보자’라는 도전의식으로 맞섰다. 결과는 패배. 하지만 큰 짐을 덜었다. 긴장과 떨림도 끝났다. 분하고 아쉬워 밤새 잠을 못 이루던 태극낭자였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가능했던 그들은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
코스타리카, 스페인도 쉬운 상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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