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전 대부분의 야구 전문가들은 NC 다이노스의 전력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다. 지난 해 70승 1무 57패, 승률 5할5푼1리로 3위를 기록한 팀을 올해는 중하위권으로 분류했다. 몇몇 야구 해설가는 아예 하위권으로 희망이 없다고 내다봤다. 전력 약화 요인이 워낙 두드러져 보였기 때문이었다. 외국인 선수 보유수와 엔트리 감소, FA와 신인 보강 미흡, 주력 선수의 부상 등이 NC의 2015시즌을 암울하게 포장했다.
시즌 오픈 전 전문가들의 이런 평가를 이태일 NC 대표에게 전했다. 이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전문가들은 드러난 부분만 평가하지요. 하지만 실제 성적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결정된다고 봅니다”라는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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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전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NC 다이노스의 돌풍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의 숨겨진 전력은 예상밖으로 강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한 팀의 성적, 힘은 어디서 나올까. 구단주를 정점으로 구단 사장, 단장으로 대변되는 프런트와 감독, 코치, 선수들로 구성된 선수단의 유기적인 조화.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지키지 못하는 구단이 대부분이다. 구단주가 사장, 단장은 물론 감독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 팀 운영에 사사건건 간섭한다. 구단주가 가벼운 마음으로 던진 한 마디가 사장이나 감독에겐 엄청난 짐이 된다. 구단주 눈치 보느라 소신껏 팀 운영을 못한다.
이제 시즌 초반을 갓 넘어선 시점이지만 NC의 상승세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 첫 번째는 각자 제 위치를 잘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김택진 NC 구단주는 창단 전 야구인들로부터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인사를 감독 후보로 추천받았다. 김택진 구단주도 내심 그 인사를 점찍어 놓고 있었다. 하지만 이태일 대표가 내민 카드는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던 김경문이었다. 김택진 구단주는 두 말 없이 흔쾌히 도장을 찍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구단주보다 야구단 대표가 야구를 더 많이 알 테니까. 김택진 구단주는 가끔 야구장에 들러 응원만 할 뿐 선수단과 관련된 문제는 철저히 노코멘트라고 한다.
이태일 대표와 김경문 감독의 관계도 매우 특이하다. 이 대표가 미국까지 날아가 김 감독을 사령탑으로 모셔온 일화는 유명하다. 엄청 가까울 법 하지만 실제 두 사람을 보면 깜짝 놀란다. 둘 사이 사적인 만남은 거의 없다. 서로 극존칭을 쓴다. 야구 얘기를 극도로 꺼린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대표와 김 감독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NC를 만든 키포인트이기도 하다. 실력 이전에 인성을 먼저 본다는 점이다. 이태일 대표가 스카우트에게 특별히 지시한 사항이 있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성이 바르지 못한 선수는 절대 뽑지 마라. NC에 들어오고, NC에서 뛰었던 선수는 사람이 됐다란 평판을 들어야 한다.”
김경문 감독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FA 이호준 손시헌 이종욱과 은퇴기로에서 부활한 손민한 박명환 등은 NC를 든든히 떠받치는 기둥이다. 이들의 ‘희생 리더십’이 없었다면 지금의 NC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구단은 NC를 향해 “창단 4년밖에 안됐는데 팀의 짜임새가 완벽하게 갖춰졌다. 신구조화와 팀의 조직력이 기존구단을 월등히 앞선다”고 부러움을 보낸다.
김경문 감독은 프로야구 사령탑 가운데 ‘육성’ 분야에서 최고수로 꼽힌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꽃피우고, 지금은 NC에서 무명의 선수들로 최강의 전력을 꾸렸다. 여기에 철저한 준비와 계획은 김 감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지금 NC의 야구는 특정 선수 몇몇에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오래된 톱니바퀴처럼 척척 맞아 돌아간다. 선수들
NC의 돌풍은 한국 프로야구에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져 준다. 한국 프로야구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